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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머니 Jun 13. 2021

스톡홀롬, 첫 해외 출장의 기억

새천년의 봄이 시작되는 부산.


(구)선물거래소는 (구)증권거래소에 법률에 따라 주가지수선물을 이관하라고 종용하고 있었고, 그와는 별도로 코스닥50선물(참고로 현재 상장되어 있는 코스닥150선물과는 다르다)을 상장할려고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선물거래소는 전세계적으로 거래소 시스템을 공급하던 스웨덴 OM사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주가지수 선물을 상장 또는 이관하기 위해서는 현물시장에서 사용되는 동시호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동시호가시스템, 정확히는 단일가 매매시스템인데, 현재 거래소에서 장시작과 마감 시간에 시초가와 종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스웨덴 OM사에서는 이걸 pre-opening system이라고 불렀다.


처음 장 열릴 때 서로가 눈치를 보느라 시초가가 이상하게 결정될 수 있으니 이걸 막기 위해 매수, 매수 주문을 한꺼번에 받아 단일가로 체결하는 것이니 프리오프닝 가격이라고 한 것이다. 또한 매매정지 후 다시 개시될 때도 먼저 이 방식으로 단일가(프리오프닝 가격)을 결정한 후 사용된다.


그런데, 매수, 매도가 서로 치고 받아 시장 가격이 잘 결정되어 있는데, 이걸 굳이 또 장 막판에 단일가로 결정하는 거 이상하지 않냐고 하더라.. 일면 맞는 말이긴 한데.. 뭐 시장 관행이니.. 어쨌든, 프리오프닝이든 동시호가든 단일가 매매든 선물거래소는 급하게 OM사에 모듈을 개발해서 설치해 줄것을 요청했고, OM사는 당연히 아주 넉넉한(?) 일정을 보내왔다.


이미 여러 거래소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니, 프로그램 개발이야 문제 없지만, 해당 거래소에 맞는지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 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당연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래소 시스템이니...


그러나,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빨리빨리의 민족 아닌가? 시간과 인력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않나? 


그래서, 우리 측에서 일종의 베타테스트 인력을 파견하기로 한다. 그것도 현재 업무를 하고 있는 싱싱한(?) 현업 인력을 현지에 보내서 직접 오픈 일정을 앞당기도록 하는 것이다. 


베타테스터 파견 인력으로 업무쪽 2명, IT쪽 2명 4명이 결정됐고, 필자는 업무쪽에서 매매관련 인력으로 파견됐다. 일정은 순수 현지 테스트 3주이니, 준비하고 이동하는 것까지 한달 정도였다.


워낙 급하게 결정난 거라, 나랑 같이 간 형님 하나는 집안 일정이 다 엉망됐다고 계속 투덜거렸고(서울 사는 가족들 다 부산으로 이사오던 날과 겹쳤던 거 같다), 나는 첫 해외출장이라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선진국의 발달된 시스템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여권도 처음 만들어보고!!!!



그 때는 몰랐다. 우리에게 닥쳐올 일들을... 두~~둥..



암튼 3월 하순의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며,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갔다. 그 당시 인천국제공항이란 거는 없었고, 장거리 비행은 모두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암튼 기존 스웨덴 출장경험이 있던 형님이 있어서(아까 투덜댔다던 그 형님), 시키는 대로 출국 수속을 마치고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직항 노선이 없어서 파리 드골 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형님.. 전에 갈 때는 네덜란드를 경유해서 가셨다.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드골 공항은 진짜 진짜 넓었다. 올 때는 무지무지 여유가 있어서 신나게 놀다가 왔는데, 갈 때는 스케쥴이 좀 타이트했다. 문제는 그 넓은 데서 헤매면서 비행기 갈아타느라 수하물을 제대로 체크 안 한 것이다. 나중에 스톡홀롬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 수하물이 분실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런던으로 잘 못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덕분에 공항에서 주는 비상용 키트로 하루를 보내야했다.


아무튼 파리에서 스톡홀롬 가는 비행기는 쪼그만한 비행기였는데, 이륙할 때 파리의 야경이 아름다워 승객들이 한 쪽으로 몰리니까 비행기가 기우뚱 하더라..스튜어디스가 승객들을 제자리에 돌려 보냈다.


그리고, 스톡홀롬....수하물을 분실해서 다들 멘붕된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보니,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험악한 출장을 예고하는 전조 같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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