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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머니 Jun 14. 2021

스톡홀름, OM, 남강 그리고 우울한 날씨

스웨덴 출장 이야기 두번째

스웨덴 출장 이야기를 계속 한다.


다행히 분실된 수하물들은 런던을 거쳤다가 우리 품으로 왔다. 우리는 파리를 경유해서 바로 왔는데, 이 녀석들은 특이하게도 런던으로 갔다가 스톡홀름으로 온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었지만, 일이 바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스톡홀름에서의 생활은 아주 단순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신규 개발될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문제가 발견될 때마다 SPR(System Problem Report)을 작성해서 우리를 담당하고 있는 스웨덴 OM사 쪽에 넘기면 됐다. 저녁에 퇴근해서 모여서 호텔에서 업무회의도 하고, 가끔 맥주 한 잔 하면서 카드 게임도 했다. 


보안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었고, 호텔에도 인터넷이 안 되었기 때문에 정말정말 답답한 생활을 했다. 철저한 보안 때문에 저녁이 되면 칼같이 내보내고, 주말에는 출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일했던 곳은 OM 그룹 내 거래소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으로 OM 테크놀러지라고 불렀다. 참고로 OM은 전산시스템을 무기로 북유럽의 거래소들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나중에 런던증권거래소마저 잡아먹을려고 하다가 실패했던 역사도 있었다. 본격 거래소 대전 :) 


암튼 전 세계적으로 거래소 시스템을 수출하는 기업이라, 마침 우리가 일하는 방 옆에 캘리포니아 전력거래소 사람들도 와서 자기들 도입 검토중인 시스템을 보고 있었다. 우리처럼 베타테스터는 아니라 며칠 있다가 가긴 했지만...


우리쪽 담당은 Account Manager와 Technical Manager 두명이었는데, 전자가 고참인 백인 아저씨(라스라고 불렀다)고, 후자는 미국에서 갓 MBA 따 온 아프리카계 혼혈 신참(다니엘이라고 불렀다)이었다. 역시 돈과 관련된 업무를 고참이 맡는 건가? 


암튼 아주 급한 문제가 아니면 다니엘과 주로 같이 일했고, 라스 아저씨는 가끔씩 밥 사 주고, 아이스하키 경기도 데려가 주고... 음.. 접대하는 건가? 뭐 우리가 갑이긴 했고, 이야길 들어보니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해 주고 있으니, 위에서 특별히 잘 해 주라는 오더가 있었다고 한다.


점심 식사는 회사 근처 남강회관이라는 한인식당에서 주로 했다. 한국전통음식(Korean Traditional Food)인 "스시 and 불고기"로 그 당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엉???? 근처에 일본사람이 전통스시집을 냈다가 여기에 밀렸다는 풍문도 들었다. 엉????


워낙 자주 가서 나중에는 남강회관 사장님한테 스톡홀름 한인회에서 고스톱 쳐서 피곤하다는 이야기까지 듣기도 하도, 서빙하던 한복 입은 스웨덴 알바생이 나중에 우리 한국 돌아간다고 할 때 굉장히 서운해하던 기억까지 난다. 아리랑과 코리아나라는 한식당도 갔었는데, 여기만큼 유명하지는 못했다.


역시 한국인에 입맛에는 스시와 불고기가????


토요일, 일요일 모두 출근 안 하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나라도 당연하지만!!!!), 틈틈히 추운 날씨 속에서도 스톡홀름 시내 관광도 하고, 특히 형님들이 내가 첫 해외여행인지라(!!!) 많이 신경써 주셨다.


기억나는 건 중세판 타이타닉이라고 할 수 있는 바사뮤지엄. 1600년대에 그 당시 기준으로 엄청나게 크게 만든 군함인데 딱 출발하자 마자 침몰한걸 300년이 지나 인양하여 그걸 테마로 박물관을 만들었다. 배가 엄청 컸고, 그 당시 생활상이 잘 들어나 있었다. 엉???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에 나오는 바사는???


그리고, 한국의 민속촌 같은 스칸센. 공작새가 자꾸 따라오더니 돌아보니까 날개를 확 펼치던 기억이 난다. 우리한테 구애해서 뭐할려고?


그리고, 출장 기간 계속 됐던 춥고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특히, 매일 아침 호텔에서 날씨를 공지해줬는데, 맑음에 포근하다고 그냥 나갔다가 눈보라 맞고 다시 들어온 기억.. 만우절 장난인 거 같더라...


스톡홀름은 여름에 오면 좋겠지만, 절대 초봄에 오면 안 된다. 이 때문에 막판에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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