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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세 May 22. 2023

회사 다니기 싫어

회사 다니는 것 빼고 다 재밌는 사람

회사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나는 정말로 회사가 싫다. 

회사의 동료들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나는 회사 다니기가 싫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주말 동안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경우 먹고살 궁리를 해보았을 때 딱히 나오는 재능도 없다.

애매한 다능인 + 소심한 성격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난 매사 자신감이 부족하고, 진득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 다니기가 너무 싫다. 

정말 싫다. 


12시가 넘은 지금 월요일이라는 사실도 매우 불쾌하다. 




매일 저녁 퇴근 후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안 다니고 돈을 벌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재능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을 수 있으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맛집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음주가무나 베이킹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코바늘을 좋아하고 인형 만들기도 좋아한다. 사진을 찍고 엽서를 만들거나 피피티를 만들고, 영상 편집하는 것도 좋아한다. 독서도 좋아하고 필사도 좋아한다. 일주일 계획을 알차게 세워놓고 지키는 것도 좋아하고, 집안일도 좋아한다. 방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남의 집구조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스피닝도 좋아하고 파워 웨이트도 좋아하고, 산책도 좋아한다. 알람 소리가 아닌 아침 햇빛에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것도 좋아하고, 예상치 못하게 받은 편지도 좋아한다. 머리카락을 청소기로 한 번에 싹 빨아들이는 순간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재탕하는 것도 좋아한다. 내 생각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쓸 때 없는 상상하는 것도 좋아한다.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예쁜 스티커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정돈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고, 힙한 스타일의 옷이나 한정판 신발도 좋아한다. 식물 키우는 것도 좋아하고 강아지도 좋아한다. 내 삶을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하고, 바다 옆의 카페에서 노닥이는 시간도 좋아한다. 


단 하나 싫은 것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다니기 싫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회사를 그만 두기엔 나는 벌어먹고 살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라 오히려 절망스럽다. 위에 나열한 내가 미처 다 쓰지도 못한 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엔 돈벌이가 안된다는 소리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내가 그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될 것도 분명하다. 


애매한 다능인에 소심한 성격으로 무엇이든 끈기 있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애매한 재능에서 끝나는 것들이 많고 내게 남은 무수한 그것들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항상 내 선택을 의심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며,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남들의 조언은 조언일 뿐이라고 여기면서도 내심 조언을 가장한 참견에 안심하기도, 예민하게 굴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도 항상 느끼던 것은 나는 주관이 없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자신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자인지 매 순간(?) 고민하기도 한다. 


오늘도 회사를 다니기 싫다고 목 터져라 소리쳤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선택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생각만 잔뜩 달고 끝이 났다. 조금만 루트를 벗어나도,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 속에, 좋아하는 것 하겠다고 회사를 나가겠다는 내 선택이 경솔한 것은 아닌지, 나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긴 한 건지! 참 어려운 것이다. 



관련해서 얼마 전에 스윙스의 인터뷰를 봤는데, 뭐든 그냥 하라는 말과 함께 상상의 세계를 경계하라는 말을 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상상의 세계, 즉 내 머릿속에만 있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진짜 내 세상을 잡아먹기 시작한다고, 그래서 일단 그냥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뭐든 하려고 노력한 결과,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러 왔고, 글을 쓰기 전엔 코바늘로 파우치를 만들었다. 그전에는 블로그를 썼고, 유튜브로 프리랜서들의 삶을 구경하고 왔다. 확실히 뭔가 하고 있을 땐 생각이 적어지긴 한다. 하지만 멈추는 순간 또다시 시작되는 무한 걱정 굴레. 아무래도 내 타고난 인간성(?)인가 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확실한 것은 나는 회사가 너무 싫다는 사실이다(꿋꿋). 일단, 일이 재미가 없다. 성취감도 없고 재미가 없고 흥미가 없으니 일이 무섭다.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회사의 우두머리가 나의 이상적인 롤모델도 아니다. 오히려 되고 싶지 않은 모습에 가깝다.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더욱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절절해질 때가 많다.


이 새벽, 나를 포함하여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평온함이 있기를 바라며 일단은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

(혹시나 하여 스윙스 원본 인터뷰 영상을 남깁니다.)


https://youtu.be/LaBlk7fGI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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