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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Apr 03. 2016

오후 두 시의 잘 개켜진 이불

10 교토시 철학자의 길을 걷다

아스락 부서지는 햇살과

이명처럼 흩어지는 시간의 틈에서

나는 푸름을 기다리는 갈색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유영하는 개울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편안함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키며

모습을 바라보던 돌다리가

잠시 멈춰쉬라며 어깨를 내어준다.


일요일 오후 두시의 햇살은

한껏 기지개를 킨 이불처럼

우리를 가만히 덮어주고 있었다.


내 방의 잘개켜진 이불도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고 있겠지. 생각하니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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