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간
구질구질해 보이기 싫었던 것이었다.
쿨한 사람으로 당신의 기억에 남고 싶었던 것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헤어지자."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어 왔던 그 말이 겨우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당신은 내가 그 말을 하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그러자 대답했다.
한 번쯤은 당신이 날 잡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당신의 대답은 나를 무너뜨렸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부서진 유리조각이 되어
내 가슴 깊숙이 박혀버리는 것 같았다.
사실 맘속 깊숙이 당신에게 따지고 싶었다.
어떻게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데 나를 붙잡지도 않느냐고,
날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냐고,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나를 떠나갈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난 마음에도 없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래."라는 말을 뱉었다.
구질구질해 보이기 싫었던 것이었다.
쿨한 사람으로 당신의 기억에 남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별 앞에서 당신은 여전히 침묵을 이어갔다.
이별 앞에서 나는 당신에게 좋은 사람인척 말하며 눈물을 삼키었다.
이별했다, 그렇게.
Rodnae Productions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