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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Apr 14. 2023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고 싶어 하는지.

반드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고 싶어 하는지.

오로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아픈 엄마라니. 안 그래도 그동안 잔병치레들로 아픈 모습을 많이 보여왔는데,

언제부터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녀석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유전병으로 물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니.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 결국 중요한 사실은 하나였다.


무엇이 되었든 살기 위해서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 예약이 참으로 어렵다.

검색해 볼 틈도 없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학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직원을 연결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연결된 상담원에게 뇌동맥류를 봐주시는 가장 빠른 예약이 가능한 교수님으로 예약을 해달라고 했다.


상담사의 위로를 받으며 예약을 마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했던 건, 가족에게 먼저 알리기 전에 대학병원 예약부터 한 나라는 사람)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리지?

내가 스스로 말을 해야 한다. 나의 병명을. 나의 상태를.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엄마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

회사에 계시던 엄마는 내 목소리에 크게 놀라시며 무슨 일이냐고 되물으셨다.


“엄마… 나 머릿속에 뇌동맥류가 있데. 대학병원을 가래.”


엄마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신 모양으로 몇 번을 되물으셨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아. 병원 가면 돼. 괜찮아. 지금 집으로 갈게.” 이 말만 남기시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창 회의 중이던 남편은 나중에서야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연락을 했다.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편은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으리라.


잠시 후 집에 먼저 도착한 엄마는 나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아마도 성인이 되어서 엄마가 처음으로 먼저 나를 안아준 것 같다.


“강하게 마음먹어야 해. 괜찮아. 엄마니까 더 강하게. 괜찮아질 거야.”


엄마가 내게 한 그 말은 엄마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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