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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Apr 18. 2023

감사합니다, 취소해 주셔서.

덕분에 그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살 운명인가 보다.
건강하게, 매우 건강하게 말이다.







불과 이틀만의 일이었다.

예약하기 힘들던 대학병원을 두 곳이나 그것도 동맥류를 발견한 바로 다음 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코로나 덕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생겨 그 예약자리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예약일이 되어 대학병원 두 곳을 방문하였고, A4용지 한가득 질문 사항을 정리해서 갔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눈물만 쏟았다.

그중  B대학병원 교수님은 나를 위로해 주시며 말씀하셨다.


“안 울어도 돼요. 괜찮아. 본인 잘못 하나도 없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어쩌다 생긴 거야.

그리고 나를 만났잖아. 내가 건강하게 만들어줄 테니 이제 다 해결된 거야.”


교수님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안심이 되면서 정말 이분이 날 살려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은 뇌동맥류의 사이즈는 작지만 모양과 위치가 좋지 않아서 정확한 확인을 위해 혈관조영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시술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빠른 날짜로 조영술을 잡아 주셨고, 나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영술 날까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왜 나에게?’라는 원망과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어디야. 건강하게 살 거야.’라는 감사한 마음이 수십 번씩 들었다.

혈관조영술을 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고 입원을 했다.

혈관조영술을 하는 동안 얼굴과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병실로 옮겨졌을 때는 조영술 했던 부위에 모래주머니를 차고는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병실로 누군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교수님이셨다. 원래 결과를 들을 시간보다 빨리 오셔서 무슨 일이지 하고 교수님을 바라보니 교수님이 사진 한 장을 주셨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정말 최악의 모양이었다.


“혈관조영술로 360도 돌려보니 앞면은 물방울 모양인데, 뒷모양은 포도송이처럼 울퉁불퉁해. 이건 시술 안됩니다.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


심장이 덜컹 주저앉는 것 같았다.

사실 뇌동맥류에 대해 많이 검색하면서 시술로 해결되길 바랐었다.

수술은 뼈를 드러내고 하는 것이기에 무서웠다. 그런데 결국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니.

그래도 교수님은 오히려 수술을 하면 확실하게 묶어서 터지지 않게 하는 것이니 안전하다고 다시 한번 안심시켜 주셨다.

교수님보다 한걸음 늦게 들어온 간호사는 교수님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날짜 안내를 해 주었다.

병실에서 먼저 나가셨던 교수님은 다시 돌아오셔서 내게 늦은 시간 수술도 괜찮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무조건 괜찮다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고, 그렇게 교수님의 취소된 스케줄에 내 이름이 다시 적혔다.

예약도, 수술도 취소된 자리에 들어간 나는 살 운명인가 보다.

건강하게, 매우 건강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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