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박 6일간의 가족여행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오전 9시, 우리 가족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독일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 여행은 1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여행이었지만, 사우디에 살다 보니 최종 Exit/Re-Entry 비자를 받아야지 외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최종 휴가 승인까지 약간은 신경 쓰이는 일정이었다. 다행히도 출국 4일 전에 최종 휴가 승인을 받고, 자유로운 도시로 알려진 베를린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아시아나 항공과 연계된 항공사에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미리 예약을 해뒀다. 이번 여행은 꽤 오랜만에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는 여행이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비즈니스 석을 타고 간다고 여행 전날에 알게 되어서 환호성을 질렀다.
독일은 15년 전 삼일회계법인(PwC)에서 근무할 때 만났던 나의 멘토였던 형이 살고 계신 곳이다. 1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족과 함께 옮기시고, 유럽지역을 담당하면서 멋지게 지내고 계신다. 그 형이 매번 독일로 놀러 오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마침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독일은 도시마다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 가족은 라마단이 끝난 Eid 연휴기간 동안 개인휴가를 포함해서 독일의 대표적인 도시인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이동 경로 상에 한 곳은 프라하를 방문하기로 했다.
여행 전에 베를린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베를린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베를린 리포트'에서 본 하정우, 그리고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역사적인 사건, 베를린 장벽, 이념의 갈등,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중심 국가, 프로이센 왕국 등에 대한 간헐적인 지식이 다였다. 이번 여행은 알려진 관광지를 넘어서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약간은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럴 것이 우리는 뜨거운 나라에서 왔으니까. 여행오기 전에 미리 구매한 베를린 웰컴 카드 6일짜리를 구매했다. 베를린은 A, B, C 구역에 따라 티켓을 다르게 사야 하는데, 우리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베를린에서 6일간 머물 예정이기에 ABC 모든 구역을 제한 없이 탈 수 있는 베를린 웰컴카드를 구입했다. 8세, 10세 아이들이 있었기에, 1명의 성인 카드로 아이들 2명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나와 와이프 각각 1개씩 구입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내려서 우리는 기차를 타고 베를린 시내로 들어왔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베를린 풍경은 녹지가 참 많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아이들은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된 것들을 보면서 왜 낙서를 해서 지저분하게 만들었지라고 하며 낙서가 만연한 베를린의 풍경을 보았다. 베를린이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렇다고 파리만큼은 아니라고 들었기에, 벽과 건물에 그려진 낙서를 보면서 그러려니 했다. 기차는 제시간에 왔고, 제시간에 동물원 역에 도착했다. 사람은 상대적인 경험의 동물이라, 대중교통이 빈약한 리야드에 있다가 독일에 오니 이동이 참으로 편리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인터컨티넨탈 베를린이었다. 위치는 동물원 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티어가르덴 공원의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원래 다른 곳에 예약해 두었는데, 여행 전에 할인을 상당히 많이 해서 호텔을 바꾸었다. 베를린 숙소를 에이비앤비를 할까 호텔을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예전 피렌체의 에어비앤비에 머물 때 약간 힘든 경험이 있었기에, 아침이 나오는 호텔로 예약을 했다. 인터컨티넨탈 베를린은 이름만큼이나 시설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우리는 시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위치를 제일 우선시해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5박을 머무는 동안 조식과, 특히나 실내 수영장과 SPA 시설은 여행으로 피곤한 우리 가족이 피로를 회복하기에 퍽이나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때마침 부활절이라서 호텔의 조식은 부활절 스타일로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그리고 계란 형태의 다양한 음식들이 많이 있었고, 아침은 매우 푸짐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여유롭게 식사하기에는 충분한 음식들이 있었다. 5일 간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은 점이 약간 아쉬웠다. 식사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은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는 아마리 리조트, 몰디브 식사가 제일 좋았었다.
우리는 첫날 10시 반쯤 호텔에 도착했기에, 바로 체크인이 어려워서 짐을 맡기고 동네를 탐색했다.
우리가 머물던 동네를 잠시 구경하고,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브라덴부르크 문으로 가려고 버스를 탔다. 포츠담 광장에서 내려서 걸어가려고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포츠담 광장 쪽에 간이 음식 가게들과 아이들 놀이 기구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방향을 돌려서 포츠담 광장 쪽에서 맥주와 소시지로 대표되는 독일 음식을 먹고, 아이들 놀이기구를 태우면서 본격적인 베를린 탐험이 시작되었다. 숙소에 오는 길에 세계 대전의 폭격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도 보였다. 베를린은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