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쉬어가도 되는 날

by 허훈

울고 싶은 날의 나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나도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감정을 참는 법부터 배워왔다. 기쁘지 않아도 웃어야 하고, 힘들어도 괜찮은 척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슬픔이나 무기력함이 찾아오면, 그 감정보다 먼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이 정도로 왜 힘들어하지?", "나만 유난인 건 아닐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감정은 잘잘못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유 없이 생기는 감정은 없고, 감정을 느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존중받아야 한다. 울고 싶은 날에는 울고 싶은 만큼 마음이 아픈 것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그만큼 지쳐 있다는 뜻일 뿐이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솔직함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밝은 모습만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어두운 마음은 숨기고, 부정적인 감정은 빨리 없애야 할 짐처럼 여긴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까지 포함해서가 바로 ‘나’다. 늘 괜찮은 사람만이 아니라, 흔들리고 주저앉는 순간의 나도 충분히 이해받을 자격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에도, 사실 우리는 많은 감정을 견뎌냈다. 마음속에서 수없이 오르내린 생각들, 설명할 수 없는 불안, 이유 모를 눈물. 그것들을 안고 하루를 버텨낸 것 자체가 이미 애쓴 증거다.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는 건, 나를 돌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복해지기 위해 꼭 밝아질 필요는 없다. 먼저 필요한 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그래, 오늘은 이럴 수 있어."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그 한마디가 마음을 조금 숨 쉬게 만든다.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다. 하지만 가장 오래 함께 살아갈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나에게만큼은 조금 더 관대해도 괜찮다. 울고 싶은 날의 나를 다그치지 말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를 밀어내지 말자. 그 모습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스스로의 감정을 미워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당신의 오늘은 충분히 이해받아야 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순간, 마음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이해받을 자격이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행복해지는 가장 조용한 시작일지도 모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