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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감 Apr 23. 2021

너의 이름은 ‘이아리’

아리랑에서 영감을 받은 할아버지 덕분에 너는 '아리'가 되었다.




아리야 생일 축하해~

우리가 만난 지 딱 6년이 되었구나. 처음 네 심장소리를 듣고 설레었던 게 얼마 전 일인 거 같은데, 내년이면 벌써 초딩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직까진 다행히 아빠와 엄마가 원하는 성향대로 자라줘서 더욱 다행이야. 역시 핏줄은 어디 안 가나 봐. 가끔은 너무 지나친 거 같아 우려도 되지만,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아빠로서 뭔가 하나 정도는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다가 너를 위한 꼰대 같은 잔소리들을 남겨주기로 했다. 아빠가 말하는 게 인생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먼저 인생을 살아 본 선배의 지혜라고 생각하고 참고 정도만 했으면 한다. 


자, 지금부터 아빠는 잔소리를 할 테니 달게 들어라.



너의 이름은 ‘이아리’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빠는 며칠을 너의 이름 때문에 고민했었다. 게임 캐릭터 이름 쓰는 것도 몇 시간이 걸리는 성향인데, 딸의 이름 짓는데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니. 이름에 뜻은 없었으면 했다. 이름에 뜻이 있으면 왠지 그 뜻대로 살아야 할 거 같아서 싫었다. 난 네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했거든. 흔하지 않고 부르기 좋은 억양이었으면 좋았다. 이런 고민은 너의 할아버지에게도 털어놨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명상을 하시더니 갑자기 ‘아리랑' 하고 소리 지르셨다. 모두가 '엥??' 이런 상황이었지. 첫째는 ‘아리' 둘째는 ‘랑'으로 하라고 하셨어. 처음에는 그게 뭐야~ 하고 웃고 넘어갔는데, 듣다 보니 ‘아리’라는 발음이 듣기 좋더라. 그래서 그렇게 너는 ‘아리'라는 이름이 되었다. 한자도 넣어 줘야 하나 고민하며 철학관 가서 받아오기도 했는데, 결국 한글 이름만 하기로 했다. 아빠의 지인들의 우려가 있었다. 아리라는 이름이 아기 때는 귀엽지만 나중이 나이 들었을 때 ‘아리 할머니’하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리라는 이름이 아빠와 엄마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아빠는 전주 풍남동에 있는 동사무소에 가서 너의 이름을 등록했단다.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셨고 등록은 아빠가 해서 너는 ‘이아리'가 되었다.  별거 아니지만 그냥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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