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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Mar 27. 2024

우정의 우직함

종암동 고려대역 우정초밥


:2020년에 처음 알게 된 우정은 우직하다


"우정 씨."



아내의 이름 '우정'을 차분하게 부르는 목소리는 쏘-스윗하면서 묵직하다. 절제된 분위기는 방문한 사람들 모두의 마음가짐을 차분하게 만든다. 차분과 경건 사이에서 분위기는 과장하고 싶을 만큼 고결하다. 어쩐지 이 고요하기만 한 침묵을 먼저 나서서 깨면 안 될 것 같다. 아주 조금 장난기가 발동할 때쯤 쌓아 올렸던 우정이 꽃을 피운다. 깔끔하고 정갈한 테이블 위에 짜지 않은 장국과 생와사비 약간의 락교, 넉넉한 간장 같은 딱 필요한 것들만 준비된다. 소수의 인원 중에서도 정예 멤버 열 명만 모여 족집게 선생님과 함께 몰래 하는 그룹 과외 같은 분위기 속에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친절에 호감도는 상승한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지켜보고 싶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정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그의 진심을 충분히 헤아리고 난 후에야 방문할 수 있었다. 타이밍 싸움과 눈치게임에서 이겨낸 결과였다. 그리고 변하지 않았을 한결같음이 2024년인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거나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정된 인원에 포함되는 일은 쉽지 않다. 업장마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스시 오마카세는 철저한 예약 시스템 안에서 약간 혹은 영겁의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때론 업장의 사정에 따라 기다림 마저 선착순일 때도 있고 또 그렇게 한때를 놓치게 되면 물리적인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 해야만 했다. 바지런함과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하는 날도 있다. 언제나 성공할 거라는 막연한 긍정보다 언젠가 입장하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더 도움 된다. 



막연한 시간에 불만을 가질 순 없었다. 한 번은 한 여름 살기 가득한 모기에 반강제로 뜯기는 날도 있었고 언젠가 한 번은 적지 않게 추웠지만 眞價(진가)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정도는 자발적으로 견뎌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경험해 보기 전과 후의 모습은 사람마다 극명하게 나뉠지 모르겠다. 모르던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밀도 있는 만족감에 감탄 섞인 탄성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번에 터지는 함성처럼 뿜어져 넘쳐흐르지 않고 조금씩이지만 새어 나온다. 화려하지도 가볍지 않으면서 꾸준히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밥알 한 톨 한 톨의 질감에서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이라는 이유 있는 사실을 단번에 알게 되었다. 자주 쓰지는 않는 말이지만 같은 말로 しゃり(샤리)라 불러야 더 알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제된 형식미



예리한 칼로 얇게 저민 생선살을 체온이 닿을까 손 끝으로 조심스럽게 잡아 들어 정성스럽게 굴리던 윤기가 도드라지게 뭉친 샤리 위에 동그랗게 모아진 손가락의 형태에서 匠人(장인)의 우직함을 엿보았다. 숨죽이게 만드는 준비시간을 지켜보는 동안의 관찰은 다음 코스가 어떤 것인지를 내심기대 하다 못해 빼꼼 고개를 내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흘린다. 다급하게 보통의 자세로 돌아온 뒤 차분함을 준비하고 있으면 다음 차례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고 준비된 구성 모두가 절제하는 동안 미처 몰랐던 감쳐둔 아쉬움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형식에 제대로 몰입했다는 증거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안정감.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리는 단편적인 설명을 듣게 되는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을 단 두 번의 방문만에 알게 되었다. 점심에 한번. 그리고 이른 저녁에 한 번이었다. 크림색 마샬 엑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퍼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나긋나긋한 선율이 둥글게 맞아떨어지는 정성스러운 한 점으로 내어주는 살아있는 맛의 표현들과 어우러져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다.  



EDITOR

:HERMITAGE

DAYTRIP_

BrunchStory_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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