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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Mar 28. 2024

구울 수록 나오는 미담

노원역 땅코참숯구이 노원점



코리안 바비큐(BBQ)의 세계는 꽤 심오하다. 단순히 배달 주문이 가능한 황금색 치킨 브랜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심오한 바비큐란 어떤 양념도 튀김옷도 입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구워 먹는 생고기를 주제로 한다. 식탁에 구운 고기를 올리는데 크게 어려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생고기는 고깃집에서 좋은 화력에 제대로 달궈진 기름 빠지는 불판 위에 구워야 진짜 맛이 난다는데 숙연한 인정이 연기처럼 밀려온다.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북쪽 이야기를 해보자면 친구 따라 몇 번 들렀던 약수에 금돼지식당, 산책하다 줄지은 행렬에 홀리듯 들어갔던 신설동에 육전식당이 있다. 한때 용산에서 회식장소를 알아보다 알게 된 제주아방까지를 손에 꼽아보곤 했었지만 몇 번의 불성실한 태도에 이제는 생활반경 안에서 자주 손에 꼽는 세 가지 이름 중 한 자리를 내어줄 때가 온 것 같다. 아마도 그 자리는 강의 북쪽에서도 북한산에 가장 가까운 노원의 땅코참숯구이에게 넘겨줘야겠다. 물론 왕십리역 근처의 본점은 여전히 건재하다


땅코참숯구이는 왕십리 행당동이 本籍(본적)이며 20년 기준으로 5곳, 24년 기준 7개 지점으로 4년 만에 두 개의 점포가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 본점과 노원점 이외의 지점은 방문한 적 없지만 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주는 시스템, 찬의 구성과 육질의 상태가 같다면 다른 지점에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매리트가 있는 곳이다. 



고기를 구우러 가야 하는 일이 업무의 연장일 때 사회생활에 지나치게 젖어들어있는 사람이라면 구워주는 고깃집에게 덜컥 다가오는 남모를 피로감 대신 조용히 몰려오는 고마운 마음이 있을 것이다. 불판 위에 급하게 올려두기만 하고 애써 못 본 듯이 홀을 누비는 야속함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찬 구성도 알차다. 더해지는 메인 음식에 거들만한 군더더기는 없고 그다지 추가해 가져올만한 것도 없지만 넉넉하게 잘 구워진 고기와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찬도 없다. 딱 필요한 것만 그리고 별도로 요청을 해야지만 나오는 최적화된 방식이 매뉴얼화되어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다. 



삼겹살보단 목살이 더 만족스럽다. 갈매기살까지는 아직 손대보기 전이다. 가끔 아쉽게 모자라거나 할 땐 껍데기가 적당했다. 얼큰하도록 마실 건 아직 남았고 배는 부른 애매한 상태에 잘 어울린다. 사실 이곳은 처음부터 목살이 맛있다고 자주 가는 동네 단골에게 소개를 받기도 했다.



다소 투박한 세월의 정서가 묻어난 가게 내부와는 달리 젊은 직원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날렵하다. 그런 와중에 친절하다. 적당히 규격화된 굽는 솜씨도 일정하게 능숙하다. 제주도 여행에서 만난 두툼하게 썬 근고기를 맛봤을 때 팡팡 터지는 육즙을 경험했는데 여기에서 그 감동의 대부분을 마주하는데 무리 없었다. 첫 방문이라면 감동을 두 번째부터는 흡족할 것이다. 믿고 있던 저력이 결코 배신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확인한다. 양념되지 않은 붉은색 육류는 결국엔 찬에서 그 만족도가 결정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이곳은 확실히 가둬놓은 육즙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하다. 은근히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고깃집들이 많은데 비슷한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이럴 거면 집에서 구워 먹는 게 낫겠다' 싶은 아쉬운 후회가 문을 나설 때 귓가에 스친다. 땅코의 참숯 위에 고기는 오히려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하는 여운이 남는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美食(미식)에 호기심이 있다면 또 한 가지 보기가 남아있다. 토하젓 비빔밥은 別味(별미)다. 토하는 민물에서 잡히는 토하(새뱅이)를 소금에 절여 담근 젓갈을 말한다. 유난히 젓갈에 관심이 많지만 토하젓을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들이붓는 순간 이 조합도 실패 없는 구성이 된다. 첫 방문에는 토하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주저했지만 재방문을 하며 호기심이 생겼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품으로도 올렸다니 별미긴 별미였나 보다. 무엇보다 토하젓의 고향은 전라도, 강진이다. 전라도 음식은 파면 팔 수록 美食(미식)의 美談(미담)만 나온다. 




EDITOR

:HERMITAGE

DAYTRIP_

BrunchStory_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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