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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Apr 09. 2024

강서구 서울 푸드

가양역 맛자랑포차&맛자랑치킨



*강서구 서울 푸드 

:서울토박이는 맞지만 강서구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다. 동쪽(흥인지문 근처)에서 태어나 얼마 못 가 북쪽(혜화문)으로 향했고 그때까지 살아온 만큼 이상으로 여전히 본적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강서구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요즘, 햇수로 4년 차가 되어가는 동안 꾸준히 관찰했다. 타 지역구 소속인 사람이 보는 강서구 사람들의 소울 푸드는 무엇이었을까. 프로 외식러의 시선으로 몇 번의 계절이 반복되는 동안 '소울'이 담긴 서울 강서구만의 음식을 찾았다. 


맛자랑포차’ 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가감 없이 꾸준했다. ‘치킨’과 ‘포차’를 오가며 밝게 나온 사진들도 있지만 분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담은 장면을 먼저 골랐다. 9호선 급행열차가 서는 가양역을 오간다. 지금도 그렇고 처음도 그랬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역을 오르내릴 때마다 안에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날이 풀려 밖에 앉아 있기 좋아지면 야장은 개장했는지 같은 것들을 살피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상암동을 향해 걷다 보면 흔들리는 대교를 넘어가려는 사람들과 서쪽의 끝 신도시 김포를 향해 횡단을 하려는 차들로 행렬이 이어지는 사거리엔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거리를 지켜보는 맛자랑 치킨 포차가 있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줄지은 행렬과 푸르고 초록빛의 버스들 크게 돌기 위해 차선 변경을 하려던 차에선 경적이 울리고 분주하게 짓밟히는 횡단보도는 무수한 사람들을 반대편으로 실어 보낸다.


반반(후라이드+양념)

반반(후라이드+양념)

한 시간 빠르게 닫는 일요일을 포함해 매일 새벽 한 시 반까지 불이 켜져 있고 웬만해선 닫는 날이 없다. 사시사철, 오후 한나절부터 이튿날까지, 서쪽을 탐구하는 동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함께했다. 발붙일 곳 없어 떠돌이 생활을 했던 초창기부터 끝내 아닐 거라는 회피로 천연기념물을 자처하다 걸리게 된 바이러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를 지나 보내기까지 당황스러운 상황과 곤욕 속에 혼란을 달래기도 했고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 혼자서 식사를 하던 아련한 추억이 남았다.


골뱅이소면/반반(후라이드+간장)

멀리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면 ‘맛자랑’에 갔다. ‘’에 기댄 건 사실이다. 치킨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없으니까. 자세히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비로소 치킨의 매력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브랜드 치킨을 맛보는 일이 하나의 이벤트인 건 여전하지만 앞서거나 선두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바삭 감자전/닭볶음탕

닭똥집 볶음/무뼈 닭발

여러 가지 맛 중에 자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치킨이다. 튀기기만 한 거 아니냐. 튀긴 건 다 맛있다.라는 말에 깊이 있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한 입 베어 물어 껍질을 씹을 땐 바스락 소리가 경쾌함을 찢고 나와 경이로운 지경에 이른다. 왜 치킨을 고민했을까. 주저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옛날 스타일로 불리는 양배추 사라다를 한 입 한다. 다시 말끔하게 정화된 입에 기름 물릴 걱정 없이 제대로 튀긴 닭고기를 양쪽의 포크로 제압한다. 염지부터 기막히다


골뱅이소면

닭고기를 많이 먹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무미건조한 닭고기를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운동할 때 먹는 닭 가슴살처럼 맛이 나지 않던 억울한 경험. 자랑할 맛에는 퍽퍽해야 하는 살에도 간이 배어 지루한 구간이 없다. 버릴 조각이 없다는 것이 흠인데 해치우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진다. 배고프지 않던 사람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치킨을 좋아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전투를 막 끝낸 연장을 내려놓게 한다. 양배추를 많이 먹는 탓에 리필되는 살구색 마요네즈와 범벅된 사라다를 입에 털어 넣기를 몇 번 깨끗하게 비워낸 접시가 발라낸 뼈 그릇과 함께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남는다.  



튀긴 것만 능사는 아니다. 눈과 입에서 붉게 터지는 닭볶음탕을 먹게 되면 동대문 어귀 종로 뒷골목 한 마리 칼국수처럼 찬바람이 불어도 생각이 나고 더운 바람이 불면 이열치열 한 번 더 생각난다. 염지가 잘 되어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냐만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간에 정신을 못 차리고 끓이다 보면 포슬포슬하게 익은 감자와 건져 올린 파도 한 줄기의 양념이 제대로 들어간 살코기가 주마등처럼 스치면 부르스타의 역할도 순식간에 끝난다. 밥이 없을 땐 바로 옆 편의점 햇반을 돌릴 수도 있다. 탄수화물을 피하는 습관 탓에 빈번하지는 않았지만 밥 없이도 먹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칠맛에 입천장이 손상되는 줄도 모르고 중독되는 또 다른 자랑에 넘어간다



한동안은 강서구가 낯설었다.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 익숙한 풍경과 장소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던 곳에 가고 새로운 장소에 종종 들르지만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는 건 가양역 8번 출구 앞이었다. 거리엔 벚꽃이 滿(만개)한다. 또 한 번 봄이 찾아오는 동안 은색 빛이던 엔트런스 빌 건물의 벽은 어두운 색으로 더욱 짙어지며 시간을 덧 칠 한다. 무수한 계절이 반복되는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자랑 이름 앞 간판 위 어닝으로 한 번씩 날아드는 꽃잎처럼 들르고 싶다. 매일 같이 돌아가는 일상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 중에도 야장이 펼쳐지는 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안팎에서 또다시 찾아온 포차의 봄을 함께 맞이한다.



EDITOR

:HERMITAGE

DAYTRIP_

BrunchStory_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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