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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Jan 07. 2023

MZ세대 공무원, 이럴 때 공무원 된 걸 후회한다

공무원의 자부심을 깎아먹는 일들

제 글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직업 만족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공직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도 일을 하면서 '내가 다른 일을 했으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텐데'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죠.

'낮은 월급'도 물론 불만이지만 워낙 많이들 알고 계신 이야기니 여기서는 굳이 더 하지 않겠습니다.


MZ세대 공무원의 의욕을 꺾는 일들, 무엇이 있을까요?




1. 냉, 난방 온도로 생색내기

"추워서 일 못하겠다"…'공공기관 17도 난방 제한' 헌법소원 | JTBC 뉴스 라는 기사가 최근에 나왔죠. 이번 겨울,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실내 온도를 17도로 제한했습니다.


원래도 정규 출퇴근시간 전후와 점심시간에는 난방을 꺼서 한겨울에는 초과근무도 추워서 못 할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근무 시간에마저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그렇다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기는 답답해서, 담요를 두르고 있는데 춥기는 마찬가지예요.


여름에는 냉방 온도 28도 제한이 있습니다. 사람도 많고 프린터와 컴퓨터 등 전자기기도 많은 사무실에서, 에어컨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너무 더울 때가 많아요.


게다가 초여름에는 기준 온도가 안 되었다며 그마저도 안 틀어주는 경우가 많죠. 경험상 6월이 가장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에 국장님 보고를 하러 국장실에 들어가니, 사무실이 더워서 국장님도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시더라구요. 보고를 마치고 나오면서 같이 들어간 사람들끼리, "고위공무원단이 되어도 더운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똑같구나"하며 씁쓸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0년대에 실내 냉난방 온도로 생색을 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국민을 위해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쾌적한 온도에서 근무하는 것, 그게 그리 무리한 요구일까요.



2. 온갖 종류의 '대기'


국정감사 시즌에는 총괄부서, 그리고 각 부서의 총괄업무를 맡은 분들은 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기 힘듭니다. 바로 국회 대기 때문이지요.


꼭 퇴근 시간 언저리, 심지어는 한밤중에 질의서를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국감 전날과 당일, 부처의 모든 인원이 함께 밤을 새는 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구요.


초과근무 시간 인정 범위를 넘는 일이 다반사라 대부분은 무급으로 대기를 하곤 합니다. '무임금 무노동의 원칙'이 왜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질의서는 정규 근무시간에 주면 안 되는 것인지 회의가 들죠.


또, 안전 관련 부처에서는 지진, 폭우, 폭설 등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밤을 새워 비상대기를 합니다. 휴일, 주말인지는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지방직 공무원 분들은 해당 지방에 눈, 비만 많이 와도 비상소집을 당하신다고 하더라구요.


대기가 필요한 상황일 때도 있지만, 불필요한 인원들까지 '일단 소집하고 보자'라며 관성적으로 대기를 하는 상황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의 시간도 소중하다,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일까요.


3. 갑질을 견뎌야 할 때

공무원에게는 생각보다 '갑'이 많습니다. 국정감사나 지자체 행정감사를 보면 설명하는 공무원에게 국회의원이 고성을 지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장관도 별 거 없네'라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 걸까요.


부처에서 개최하는 위원회를 하다 보면, 외부 자문위원들이 얼토당토않은 꼬투리를 잡으며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갑질이 인간의 본성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민원인이 비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며 무작정 떼를 써도 공무원이 언성을 높이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최대한 좋은 말로 부드럽게 타이르다 보면 업무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공무원 된 것을 후회할 때를 생각해 보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 근로자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는 '품위 유지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제일 인상 깊게 봤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이 이런 대사를 하죠.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공무원이 자부심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이 바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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