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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Feb 18. 2023

MZ세대 공무원이 생각하는 공무원 성과평가

연봉 10억 공무원, 현실에서 가능할까?

얼마 전 저희 부처에서는 공무원 BSC 성과점수를 직원들에게 발표했습니다. 평가나 점수에 너무 신경쓰지 말아야지 마음을 먹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크게 근무성적평정(보통 근평이라고 부르죠)과 BSC로 나뉩니다. 부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근평은 승진, BSC는 성과급을 결정하는 요소로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근평은 승진과 직결되다 보니 승진 시기에 임박한 직원들 위주로, 연차와 승진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서 매겨집니다. 반면에 BSC는 연차보다 성과 위주로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동기들과 가까운 기수 선후배들은 아직 승진을 염두에 둘 시기는 아니어서, BSC가 초미의 관심사였죠.


작년 성과급 지급기준을 찾아보니 대략 S등급 6백만원 대 후반, A등급 500만 원대 초반, B등급 3백만 원대 중반(5급 기준) 수준이었습니다. 각 급간별로 연 170만 원가량 차이가 나니, 월급으로는 세전 14만 원, 세후로는 11만 원 가량 차이가 나겠네요.




최근 우주항공청 신설과 관련하여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연봉 10억 공무원'이 나오게 하겠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행정고시 공부를 할 때 배운 행정학에서는 공무원 성과급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취한 연구가 많았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성과등급이 꼭 성과에 비례하느냐에 대한 물음에 '반절만 그렇다'고 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느꼈던 공무원 성과평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서점수와 운에 의해 좌우된다

공무원 BSC는 부서점수와 개인점수를 합해 나오는데, 비율은 부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4대 6, 5대 5가 가장 많습니다. 즉, 아무리 개인이 열심히 해도 그 해 속한 부서에 대한 평가가 낮다면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반대로, 그 해 성과가 좋은 부서에 속해 있다면 수월하게 최고 등급을 받는 경우도 봤습니다. 부서점수는 그 해에 발생하는 현안 등에 좌우되어서 운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부서점수의 비중이 지금보다 낮아지는 것이 공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2. 맡은 업무의 특성에 좌우된다

공무원 조직의 성과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각자에게 배분된 업무의 특성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이 있어도 마이너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티도 안 나고 성과도 안 나는 경우가 많죠. 물론 어려운 업무가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인사이동 때 비는 업무를 그때그때 새로운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능력과 무관하게 업무를 배정받게 되죠. 제 동료 A사무관님은 이전 과에서 에이스로 소문난 분이었는데, 모 법 시행으로 인해 갑자기 만들어진 TF에 차출되더니 눈에 안 띄는 업무를 하게 되면서 성과등급도 확 낮아졌다고 하시더라구요. 조직의 필요로 인해 갑자기 차출해 놓고 개인에게는 불이익만 돌아가다니 매우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상사의 평가 역량에 좌우된다

사실 고과의 공정성이 상사의 역량에 좌우되는 건 공무원 조직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아무래도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기가 어렵다 보니, 평가에도 상사의 취향이 반영되어서, 팀원은 똑같은데 팀장이 바뀌니 팀원 간의 평가 서열이 확 달라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상사와 친한 팀원, 상사가 관심있는 업무분야를 맡은 팀원이 실제 성과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급을 없애고 연공서열 호봉제로 통일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분명 성과급 제도가 갖는 순기능도 있거든요. 주변을 보면 평가가 100퍼센트 성과와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성과에 비례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성과점수에 신경을 많이 써서, 아무리 평소에 일을 열심히 안 하던 분이라도 낮은 점수를 받으면 실망하시더라구요. 성과급제마저 없으면 태업하는 공무원과 열심히 일하는 사람 간의 차이를 둘 방법이 없겠죠.


제가 느낀 바로는 공무원 조직에서 업무태도의 차이는 개인별로 굉장히 큽니다. 정말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고, '이렇게 해도 안 잘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분도 있죠. 현재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월급 차이가 20만원 정도이니, 성과급이 고성과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성과주의를 확장할 수도 없는 것이 공공부문의 어려움이라고 보이네요. '연봉 10억 공무원'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지, 만약 나온다 하더라도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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