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처는 2월~3월이 인사 시즌입니다. 저는 이번에 이동 대상이 아니지만, 정들었던 분들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분들을 맞이하는 때라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입사 후 첫 인사 시즌 때는 1월부터 계속 마음이 뒤숭숭했었는데 이제 그때만큼은 감정의 동요가 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했던 사람들이 떠나면 아쉽고 슬픈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제도 과에서 가장 의지하던 선배가 다른 부처로 파견을 떠나셔서 송별회를 하고 왠지 모르게 침울해져 있었어요.
예전에 제가 처음 인사이동을 하던 때 썼던 글이 남아 있어서 올려 봅니다. 이땐 확실히 어렸구나 싶으면서도, 지금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네요.
지금 떠나보내는 사람들도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만약 만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 봅니다.
오늘 인사이동 공지가 떴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았지만 이제 정말 안녕.
첫 인사이동을 앞두고 거의 두 달간은 싱숭생숭했다. 떠날까 머물까 고민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 떠나게 되어서 더 그랬다. 머물겠다고 했을 때는 온 우주가 나를 밀어내는 것 같더니, 떠난다고 하니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술술 풀렸다. 세상 일에는 순리라는 게 있는 걸까? 결국 떠날 수밖에 없던 타이밍이란 걸 이젠 받아들였지만, 그래서 씁쓸하다.
머물고 싶었던 이유 하나는 내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고, 둘은 사회생활 시작하고 만난 첫 동료들이 말도 안 되게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슬프지 않았냐는 내 질문에, 존경하는 동료 E는 그런 종류의 슬픔은 오래가지 않더라고 했다. 어제 만났던 K도 그랬다. K는 예전에 순환근무를 했었는데, 헤어질 땐 동료들에게 각자 근무지 지나갈 때쯤엔 전화 한 통 하고 만나서 차 한 잔이라도 하고 가자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잘 안 된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지금 이렇게 아쉽고 심란하다지만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으니까. 회의할 때 OO시를 매번 지나다녀도 근처 사는 친구들 연락해서 만난 적은 손에 꼽으니까. 반대로 그 친구들도 나에게 근처 오면 연락한단 말을 인사말처럼 하지만 막상 연락은 안 하는, 뭐 그런 거지.
그래도 왠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잊을 걸 알아도 헤어지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껏 슬퍼해도 되는 거잖아.
저녁엔 고등학교 친구의 청첩장 모임에 갔다. 몇 년만에 보는 친구도 있어서 어색할까봐 살짝 걱정을 했는데 오랜만에 봐도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추억 얘기하다가, 얼마 안 남은 선거 얘기도했다가, 각자의 연애사 늘어놓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청첩장을 나눠준 친구가 말했다. 가끔씩 오래 보자고. 그 말이 좋았다. 지금은 자주 보지만 오래는 안 볼 사람보다는, 가끔씩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내 안에 하나씩 쌓일 때마다 난 그걸 예쁜 액자에 담긴 사진으로 비유하곤 했었다. 그런 액자가 하나씩 늘어나는 건 기분좋은 일이지만, 액자에 담기조차 서글퍼질 정도로 좋은 기억은 어떡하지. 요새 자주 듣는 '마음을 드려요'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추억만 남지 않길, 너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추억만이 아닌, 계속 나의 현재에 존재하는 사람이길 바라 본다. 지금처럼. 서로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 축하를 건네고, 가끔 안부를 묻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도와줄 수 있을 때 전화하는. 그런 사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