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이 인생에서 갖는 의미란 뭘까', '회사가 내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뭘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사실 원래부터 종종 하던 생각인데, 요새 들어 더 자주 하게 된 것 같네요.
5년 정도 회사를 다녔으니, 오래 회사생활을 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신출내기도 아닌 셈입니다. 특히나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에 대한 기대가 큰 중앙부처에서는 한창 일할 시기라며 기대치를 올리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상사나 선배들께서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은 이러이러해야 해'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위화감을 느낍니다. '대체 그런 건 누가 정하고 누가 언제 동의한 거지?' 하고요. 물론 저도 사무관이라면 중간 관리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연차가 비슷한 주무관님들보다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더 받는 만큼 업무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체 없는 '행정고시 사무관의 자세'를 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요.('고시 사무관이라면 옷은 이렇게 입어야 해'라는 말씀을 해서 후배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선배도 있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입직 경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테고요.
저는 제 일을 좋아합니다.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느끼고, 회사에서 만난 동료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과 조직에서 받는 인정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개인의 삶은 빈약해져 버린 몇몇 분들을 보면서, 저런 모습은 절대 닮지 말아야지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직은 무생물이기 때문에 조직에 과도한 기대나 감정을 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일하고, 회사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이 저와 회사의 바람직한 공생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P.S. 제가 제목을 항상 'MZ세대 공무원의~'라는 식으로 짓긴 하지만, 제 생각이 모든 MZ세대 공무원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