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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Jul 08. 2024

오늘은 우리 헤어지기 좋은 날

정미조 노래, 석별, 이주엽 작사

 정미조의 개여울을 노래방에서 흐느적거리며 부르던 기억에서 37년이 지났을까, 일흔을 앞둔 정미조가 <37년>이란 앨범에서 '귀로'를 부를 때 내가 전생에서 부른 노래가 아니었을까 할 만큼 전율했었다. 내가 놀던 고향집 앞 벌판에 어린 나를 데려다 놓는 당혹감이라니, 그 먼 길을 돌아 온 가수의 고단한 그리움을 손성제 작곡과 이주엽 작사와 정미조의 그 유려하고 깊이있는 목소리로 저렇게 완성해 빚어내다니, 그 동굴에 갇혀 되돌려듣기 백만 번으로 먼 길 떠나던 시린 2월의 어린 나를 위무하였다.


 그로부터 4년 후 <바람같은 날을 살다가> 앨범이 같은 작사 작곡자로 나왔을 때, 이미 내 가슴은 뛰노라하며 일흔이 넘은 그녀의 목소리에 홀리듯 경도되어 다시 흠뻑 빠져들었다. 내가 고민하는 미래를 거울처럼 멀리까지 비춰 주고, 쓸쓸하지만 가벼운 바람으로 어깨 치며 툭툭 일러 주는 온도와 질감이 딱 내 품에 맞았다. 죽었던 인생 선배가 살아와 건네주는 듯한 윤기있고 다정하고 허허롭게 울리는 저승의 목소리 같은, 갑자기 외로움이 가시는 노래들, 친구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든든한 노래들, 죽음과 가볍게 악수라도 나눌 것 같은 노래들, 이후가 없을 것 같은 인생을 완성하고 기꺼이 바람으로 변하는 문턱의 노래들, 이 노래가 내 여생을 채워 줄 것이니 앞으로가 더 고마울 노래들.


 나는 어쩌면 이런 글을 쓰고 싶어서 끄적이고 있는 지도 몰라하며 듣는 노래다. 나보다 먼저 나이드는 사람들의 독백이 그리워서 듣는 노래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너덜너덜 나와 함께 나이들 노래다.

 그 중 '석별'이란 노래를 틀어놓고 막 가사를 따라 한 방에 적어보는데 속도가 알맞춤하다. 웃으며 가볍게 부족함 없이 헤어지는, 헤어지라는 노래다. 작은 이별 큰 이별의 장면들에 끼어 남아 있는 무거운 감정들과 애틋하게 바랜 자리에 남아있는 통증을 무화시키지 않고 밝은 축원으로 살뜰하게 바꿔 놓는 노래다.

 이별에 취약해 저지른 이불킥 장면들을 떠올리며 이별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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