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연이 없을 것 같았던 칠성]

칠성에서 인성까지

by 안이오

[Prologue. 연이 없을 것 같았던 칠성]


1년 2개월 간의 지역 신문 기자 생활을 퇴사하기로 결심한 지 약 2주 만에 퇴사했다.


2024년 8월은 계획적인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즉흥적이었던 한 달이었다. 사실 8월에 계획된 것은 교육대학원 졸업 밖에는 없었다. 안정적으로 졸업하고, 그저 하던 대로 간간이 임용 준비를 하면 됐을 터. 하지만, 동기 기자의 퇴사 소식부터 경기ㆍ인천지역 신문사 시험 합격, 회사와 기자 생활에 대한 약간의 회의감 등을 거치며 계획적이지 않게 사표를 제출했다.


8월 둘째주쯤 사표를 내고, 8월 말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약 2주 남은 출근 기간 동안 내가 해야하는 일들이 있었다. 먼저는, 회사 선배들과 동료 기자들 및 출입처 사람들에게 잘 인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꽤나 정들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감당해야하는 월세와 생활비가 끊기지 않도록 직장을 구해야 했다.


8월 셋째주, 2년 반 동안의 기간 동안 나를 학생이라는 울타리 속에 다시 머물 수 있도록 해주었던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중등 2급 정교사 자격증과 석사 학위가 주어졌다. 이것을 토대로 바로 기간제 교원 공고에 지원했다. 대구 지역 중ㆍ고등학교뿐 아니라 구미지역의 중학교까지 지원했다. 다행히 도덕ㆍ윤리 교원 구하기가 힘든 시기여서 여러 군데에서 공고가 났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해서 부랴부랴 5개쯤 지원을 했다. 2개는 서류에서 탈락. 3개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구미 지역 중학교는 아무래도 거리상 안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면접을 가지 않았다. 먼저 면접을 보게 된 곳은 달서구 소재의 고등학교였다. 남녀공학이었고, 와룡산 인근에 있어서 내가 거주하던 곳에서 차로 25분 정도 가야 했다. 면접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고 나만의 어필 방법을 알게 돼서 잘 봤다. 당연히 합격. 면접을 본 선생님들은 방학 중 업무나 초과근무 가능 여부를 물어보셨고, 합격 통보를 받자 바로 전임자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연락이 휘몰아쳤다. 그래서 우선은 가기로 했으나 마음으로는 보류 상태였다.


첫 면접을 본지 약 3일 뒤에 대구칠성고등학교에서도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공립 남자 고등학교였고, 내가 거주하던 곳에서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면접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얼마 전 면접보았던 고등학교에서 나와 경쟁했던 선생님이 또 있었다. 약간은 머쓱했다. 이 학교에서는 5분 정도의 수업시연을 했다. 사회계약론을 주제로 수업시연을 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는 바로 합격 연락을 받았다. 남자 학교, 집과 가깝고 업무량이나 수업시수가 많지 않았다. 이전에 합격한 학교에 다른 학교 합격으로 인해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칠성고등학교에 9월 1일자로 부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혀 연고가 없는 대구에서, 특별히 교직에 아는 분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칠성고로 올 수 있게 해준 분이 있었다. 칠성고등학교는 공립학교인데 2학기 기간제를 구하는 것이 의아하긴 했었다. 그 자리가 난 이유는, 그곳에서 근무하시던 수석교사 선생님이 퇴임을 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수석교사 선생님이 서류 심사 때부터 학교 관리자들에게 나를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천을 했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2022년 군복을 입고 처음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 교육철학과에서 우리 학과 전공 수업을 듣던 나이 많으신 한 선생님이 그 분이었다. 사실 대학원에서 수업 하나 같이 듣는다고 특별한 인연은 아니었으나, 당시 수업을 들을 때 꽤나 열정적으로 토론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토론에 감명을 받으셨던 이 선생님께서 당시에 우리 동기 몇 명을 데리고 밥을 사주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분이 그 학교에 계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연이 없을 것 같았던 대구, 특별히 교직에서 나를 강력히 추천해주었다는 소식은 참 위로가 되고 행복한 일이었다. 특별히, 퇴임을 앞둔 수석교사 선생님이셨기에 이전에 맡고 계시던 수업 시수나 업무가 많지 않은 편이셨다. 그 최적의 자리로 가게 되었고, 1학년 통합사회 수업을 더 들어가고 학폭 기획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되긴 했지만, 사실 수업이나 업무에 있어서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기에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칠성고로 갈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짧은 인연, 그 한 학기의 수업. 2년 전의 내 열정적인 모습이 2년 후의 내 자리를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감사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잘 살아야함을 다시금 성찰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칠성고등학교 교사로 첫 교편을 잡게 됐다.


(다음 화 예고) : EP1. 임용을 준비하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