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으로
아들 딸 낳고 잘 살아왔는데,
어제 나보다 먼저 당신을 보냈던
장지는 유난히 날이 좋았어.
홀로 집으로 가는 길
당신이 없는 집에 용기가 없어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한동안 서 있었지.
냉장고에 먹다 남은
소주를 마시다가
함께 덮었던 이불을
뒤척이며 두덜거렸던 것은
당신이 보고 싶은 몸부림이었어.
다시 아침을 맞이해도
내 곁에는 아무도 없고,
방바박에 떨어진
당신의 머리카락 하나.
손 끝에 닿는
당신의 머리카락 하나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