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침은 고요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었다. 도로 위를 떠도는 안개처럼, 닿지 못한 채 부유하는 고요였다. 윤택은 지팡이를 짚고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붉은 신호등이 발목을 붙들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순간, 허파 속이 시렸다. 연기는 안갯속으로 스며들며, 곧 허공에 녹아버릴 듯했다.
파란불이 켜지자 그는 담배를 하수구에 던졌다. 네 시간 동안 모은 빈 병의 무게, 만 원. 천이백 원을 얹어 준 고물상 주인의 손길은 동정 같았다. 가장 비싼 아파트 유리창들이 햇빛에 눈부셨다. 그 그림자 아래, 윤택은 반지하로 내려갔다. 현관문을 열자 눅눅한 공기가 맞아주었다. 안방에는 종옥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윤택은 거울 앞에 섰다. 세수를 하고 먼지를 풀어내며, 무표정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답 없는 질문에 마음이 흔들렸다.
건넌방에서는 아이들이 뒤엉켜 자고 있었다. 지은이는 책상 아래, 지안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냉장고에서 찬물을 마시며 윤택은 좁은 집을 둘러보았다. 삶의 구조처럼, 모든 것이 어색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지금 몇 시예요?” 종옥이 물었다.
“여섯 시쯤 됐지.”
퉁명스러운 대답. 감정조차 탈색된 습관이었다.
라디오에서는 활기찬 아침 방송과 아바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곧 현관문을 두드리는 거친 소리가 음악을 삼켰다. 빚을 받으러 온 여자의 목소리와 사정하는 종옥의 목소리가 겹쳤다. 윤택은 누운 채 라디오만 듣고 있었다.
윤택은 안방 창문을 열어보았다. 아침 안개가 여전히 도로 위를 덮고 있었다. 햇살은 희미하게 구름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지만,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 속 동전과 지폐를 만졌다. 오늘 하루도 반복될 고단함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종옥은 부엌에서 수북이 쌓인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윤택은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눈빛이 잠시 맞닿았지만, 그 안에는 말보다 무거운 침묵이 있었다.
“오늘은… 학교 가기 전에 뭐라도 좀 챙겨줄까?” 윤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종옥은 잠시 멈추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아이들끼리 먹고 가겠죠.”
윤택은 거울 앞에 다시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무심한 표정.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꺼냈다. 불을 붙이려는 순간, 창밖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은과 지안이 학교 가방을 메고 안개 속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윤택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아이들의 작은 몸을 반쯤 감췄지만,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윤택은 문득 깨달았다.
안개는 삶의 일부일 뿐, 결코 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오늘도, 내일도, 안개 속을 걸어야 하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임을.
윤택은 지팡이를 잡고 다시 길 위로 나섰다. 안개가 옅어지지 않아도, 그의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도, 사람은 반드시 걸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그는 다시 걸음을 떼었다.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