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를 위한 독서

by 이만희

얼마 전, 내가 쓴 책들이 국립장애인도서관 도서 목록에 등재되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고등하교 과정의 A학생이 다가와서 말했다. "도서관에 선생님 이름으로 책이 올라와 있던데 다운로드했어요. 꼭 읽어 볼게요." A학생의 그 순수한 호기심 앞에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전공과에 다니는 B학생은 내 시집을 읽고 나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어요.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중도실명으로 이제 막 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 내 책으로 점자를 익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글이 지닌 무게를 새삼 깨달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동료 선생님은 내 시집이 큰 위로가 되었다며 직접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글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책을 쓰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만큼, 우리가 읽어온 책의 무게만큼 '쓸 것'들이 쌓여 있다. 인생은 결국 경험이 쌓이는 과정이다. 그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루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많은 작가들과 만난다.

내가 책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의 경험에서 얻은 것들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어서 이다. 내가 쓴 책을 읽는 사람이 작은 깨달음이나 위로, 혹은 실질적인 무언가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책을 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다. 내 안의 경험들을 기록하고, 내가 읽은 책의 파편들을 모아 나만의 인생책을 써내려간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지금의 상황, 이 시대의 흐름, 그리고 주변의 기대가 나에게 '책을 써라'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단순한 숙제가 아니라, 내 삶의 의미를 확장하고 이웃과 연결될 수 있는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많이 읽으면 아는 것이 많아진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다. 읽은 내용을 요약하고, 분석하며, 나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사유의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깊이 있는 독서는 얕은 지식을 넘어선 통찰력을 준다. 마치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줄기를 찾는 사람처럼, 독서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본질과 삶의 이치를 발견한다.

나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살아있는 나무는 느리더라도 자라는 나무는 있지만 자라지 않는 나무는 없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성장시킨다. 내 교무실 풍경이 나의 글쓰기 루틴을 보여준다. 업무용 책상 옆, 작은 보조 책상에는 항상 글쓰기를 위한 노트북이 켜져 있다. 수업과 수업 사이, 10분의 짧은 쉬는 시간. 남들이 잠시 숨을 돌릴 때 나는 보조 책상에 앉아 두세 문장이라도 쓴다. 점심시간 후, 동료들이 운동장을 돌거나 수다를 떨 때도 나는 묵묵히 내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이렇게 낮에 쌓아놓은 글의 씨앗들이 밤에 퇴고를 거쳐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독서, 수업, 심리, AI,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책을 읽는다. 이런 관심사들이 내 글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준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연재하고, 그 글을 엮어 책을 만들며, 독자들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독서로 이끌고 다시 쓰기로 순환시킨다.

어찌 보면, 나는 책을 쓰기 위해 독서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영감을 얻고, 읽은 것을 토대로 쓴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쓰기 위해 읽는 것이다. 책 쓰기는 나의 인생 과업이다. 매일 2,000자 분량의 글을 쓰려고 노력하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다. 글이 쌓이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만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창조 행위다.

책을 쓰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의 질문들을 만나고, 글쓰기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간다. 또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글감을 찾는다. 내가 말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인생을 들으며 글쓰기의 영감을 발견한다. 모든 사람의 삶이 한 편의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면서 내 삶은 역설적으로 단순해졌다. 집과 학교라는 규칙적인 틀 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에너지를 글쓰기에 집중한다. 이 과정은 인내와 끈기를 요구한다. 빈번하게 찾아오는 슬럼프는 나를 멈추게 하는 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회복력을 높이는 과정이다. 슬럼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간다.

나의 꿈은 명확하다. 내가 쓴 책이 국립장애인도서관에 100권 정도 등재되었으면 좋겠다. 이 꿈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선 더 큰 교육적 목표를 담고 있다. 이 책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너희도 책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시각장애를 가진 나의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글로 엮어내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선순환을 꿈꾼다.

책 쓰기는 결국 배움의 연속이다. 글을 쓰면서 독서를 하고, 독서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일상 속의 작고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집중하게 되며, 내면의 성숙을 이룬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정돈하고, 감사한 일들에 초점을 맞추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다. 독서로 채우고, 쓰기로 엮어내는 삶의 지층 위에서, 나는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심고 희망을 키운다. 우리들의 인생도 독서와 쓰기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서사로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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