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늘 나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눈을 뜨면 어둠이 사라지고, 하루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처럼 고요히 펼쳐진다. 첫 발을 내딛기 전, 나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명상과 기도로 어제의 무게를 풀고, 오늘의 나를 향해 길을 연다. 숨을 고르고 다시 내쉬면, 비로소 나는 나에게 돌아온다.
운동으로 몸을 일으키고, 아침 일기로 정신을 세운다. 단정한 문장 하나가 하루 전체를 정리해주기도 하고, 문장 끝에 남은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성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 쓰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내 삶을 매일 다시 선택하는 행위다. 나의 정체성은 이 선택들 위에서 자라난다.
학교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적는다.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생각의 숨결을 바꾸고, 뜻밖의 문장이 오래 묵힌 의문을 풀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적어둔 글을 브런치에 올리면, 그것은 누군가의 하루 속으로 스며들어 또 다른 의미가 된다. 글쓰기란 나와 세계 사이에 걸어놓는 투명한 다리다. 나는 그 다리를 건너며 조금씩 내면을 알아간다.
아침 조회 시간, 학생들의 목소리는 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담임 업무와 수업, 수많은 작은 용무들 속에서도 나는 늘 한 가지를 잊지 않으려 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한가.
교사라는 역할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매 순간 자신의 중심을 다시 세우도록 요구하는 일이다. 말 한마디, 눈짓 하나, 표정의 결이 아이들에게 닿아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사는 동안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지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점심을 먹고 짧은 쉼을 가진 뒤, 회의를 지나 오후의 빛 속에서 또다시 책을 펼친다. 책 속 문장들은 나를 흔들어 깨우고, 다시 글을 쓰게 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되짚는다. 그 시간은 교사가 아닌 '나 자신'으로 머무르는, 가장 온전한 사색의 자리다.
퇴근 무렵, 헬스장에서 흘리는 땀은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고, 가벼운 저녁 식사 후 나선 산책은 마음의 결을 다시 고르게 한다.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를 보며 문득 깨닫는다.
정체성이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발걸음에서 만들어지는 흔적이라는 것을.
나는 그 흔적을 조금 더 바르게 남기기 위해 다시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쓰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밤의 고요 속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끼면, 비로소 하루가 완성된다.
사자는 어떻게 밀림의 왕이 되는가.
사자는 어느 날 갑자기 왕이 되지 않는다. 매 순간 사냥하고, 실패하고, 살아남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거쳐 왕이 된다. 여덟 마리 새끼 중 단 한 마리만이 어른 사자가 된다지만, 그 하나가 되는 힘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매일의 훈련과 자기 신뢰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자기 삶의 무게를 지고 걷는 동안, 비로소 자기 정체성을 알아간다.
나에게 정체성이란 특별한 순간에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명상하는 아침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교실에서, 걷고 쓰고 읽고 다시 살아내는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빛이다.
내 삶의 정체성은 결국 가족이 되고, 교사가 되고, 책과 글이 되며, 산책이 되고, 일기가 되고, 내가 사랑하는 한 잔의 커피가 된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나를 다시 세우고, 나를 확장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이런 결심을 품게 되었다.
정체성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나는 매일의 순간마다 나의 중심을 다시 찾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 또다시 나를 깨우는 시간 앞에서 나는 조용히 다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