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같지도 않던 장마가 지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어제부턴 옥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다. 덕분에 담배를 피우러 올라갈 때마다 땀을 훔치는 횟수가 줄었다. 대리님을 꼬셔 먹으러 간 떡볶이는 맛이 없었다. 어제 지나치게 짠 음식을 먹어서 오늘은 이렇게 싱거운 떡볶이를 먹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으로부터 신어본 적 없는 브랜드의 신발을 선물 받았고 갖고 싶던 LP도 선물 받았다. 너랑 고작 100일을 함께했을 뿐인데 너는 나에게 뭔가를 많이 준다고 생각만 했다. 네가 사랑에 익숙해지게 넘치는 사랑을 줄 거라는 말은 부끄러워 편지에만 적었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갇혀있으니 밖에 비가 오는지 햇볕이 지나치게 따가운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오늘 엄청 덥더라 하면 그러게 하다가 근데 사실 낮에 밖에 안 나가서 잘 모르겠어라고 답한다. 작년엔 친구랑 망고도 안 날 거면서 이렇게 더운 건 반칙이라고 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캐나다에 가있고 나는 여전히 서울에, 그렇지만 사무실에 꼼짝없이 갇혀있다.
9시부터 6시 사이에만 서로 칼답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게 직장인 특이라고 서로 인정하고 키득댈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외근이 디폴트인 것 같은 일을 하는 언니는 부산에 산다. 어제는 한 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겼다고 했는데 마침 배탈이 났다고 했다. 나는 발마사지를 받으면서 쉬라고 권했는데 그녀가 정말 발마사지를 받았는지 아니면 더위를 식히러 카페에 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사실 부산에 갈만한 발마사지 샵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동남아 여행을 할 때를 빼고 한국에서 발마사지를 받아본 적도 없다.
좋아하는 가수는 앨범을 가뭄에 콩 나듯 낸다. 정규도 아닌 앨범을 1년에 한 번씩 낼까 말까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맞다. 이번에 낸 신보를 듣는데 어쩐지 곤란한 기분이 들었다. 좋다고도 안 좋다고도 하기 애매한 음악들만 들어있었다. 그래도 오늘부터 다시 그 앨범을 전체 재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주 내지도 않는 앨범이니 이왕이면 귀에 익게 만들어야 하니까. 선공개로 내놓은 곡에 그새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그게 정말 좋은 곡이라 계속 듣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듣다 보니 계속 그 곡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