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성장
수능 감독관의
수능날은 매번 긴장감이 감돈다.
수능 전날부터 반 아이들과 수능 시험장을 구성하느라 사물함을 다 비우고, 모든 곳들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아이들 걱정을 하기도 하고, 감독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잠을 설치고, 7시에 고등학교로 수능 감독을 하러 출발했다.
수능 감독관이지만,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할지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은 시험을 편안한 마음으로 칠 수 있을까, 긴장하지는 않을까 다양한 생각이 든다.
그러한 고민도 잠시 1교시 정감독부터 국어 수능 시험 감독을 하러 들어갔다. 따뜻한 난방에, 학생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귀마개를 껴도 되는지부터 물을 마셔도 되는지,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는지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많은 시험들을 거쳤을테지만 수능은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당연한가보다. 절차대로 안내하고 교탁 앞에 서서 학생들을 80분 동안 바라봤다.
아무 탈 없이 수능 답안지를 걷고, 본부로 돌아가서 감독관 시간표를 확인했는데 바로 그 다음 수학 100분 감독을 들어가야했다. 사실 국어, 영어, 탐구 감독만 맡을 줄 알았는데 수학감독을 하게되어 조금 놀란 마음으로 바로 올라가서 또 한번 감독을 시작했다.
마지막 감독은 과학 탐구였는데,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과목 물리, 화학 등을 시험치며 끝까지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기하게도, 나의 담임 교실 반에 감독이 배정이 되어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수정테이프를 주러 뛰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수능이 다 끝난 후, 시험장에 남아서 환기도 시키고 시험장 정리도 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잘 치른 아이들이 기분 좋게 연락이 왔다. 많은 모의고사 점수 보다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가 있었다. 작년부터 야구, 프로그래밍에 대해 자주 얘기했던 학생인데, 반에서 부반장을 하기도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과학을 정말 잘 알려주는 모습을 본 적도 있는 학생이다. 항상 잘 칠수 있을지 불안해하던 기억도 있는데, 그때마다 잘 볼 것이라고 믿었고 잘 볼거야 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정보 교사이기에 주요 교과에는 도움된 것도 없을텐데 넉살 좋게 "쌤 덕분이에요 ,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하는 메세지에 너무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동아리 관리부로 꾸준히 남들을 위해서 돕고 동아리 아이들에게 조언도 열심히 해주던 학생이 수능에서 4개를 틀렸다는 얘기도 했다. 그 얘기를 후배들에게도 하면서 후배들이 많은 자극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모두가 좋은 결과를 받을 수는 없는 시험이다. 그래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면접, 논술, 또는 재수 등 앞으로의 일정이 많이 남아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믿음, 면접에 대한 도움 등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인 것 같다.
너무 고생이 많았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가득할텐데 이러한 경험을 해낸 것은 분명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험이 다는 아니고, 앞으로의 과정들이 가득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듯, 열심히 해온 과정들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수능 시험장을 마무리하고, 1,2학년 학생회 학생들이 교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 그리고 학교 문화,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교사로서 언제나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