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힘든 시기, 그럴 수도 있지
고등학교 시절 처음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목표 학과는 뭐고, 목표 대학은 어디야?”
솔직히 나는 아직 그런 게 없었다. "저는 그냥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요. 컴퓨터도 좋아하고, 공부도 즐기고, 책도 좋아해요." 그렇게 답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일단 목표 학과, 목표 대학을 써 와!"라며 숙제를 내주셨다.
자습 시간에 지쳐 책을 읽고 있을 때, 선생님은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한마디 하셨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컴퓨터를 하는 내가 선생님 눈에 안타까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상담 시간에도 불려가서 이런 말씀을 들었다. “너는 할 수 있는데 쉽게 만족하고, 더 열심히 하지 않아. 그러면 나중에 후회하게 돼.”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은 진로를 찾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열심히 탐색하던 시기였다. 기자단 활동도 하고, 코딩 캠프도 참여하고, 게임도 만들고, 친구 상담도 하면서 내 적성과 흥미를 찾아갔다. 그때 진로 희망에 적어둔 직업은 기자, 사회복지사, 교사, 프로그래머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마치 랜덤 주사위를 굴리듯이 이 직업 저 직업을 생각해본 것 같다.
3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결정을 못 해서, 이과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학과를 여섯 개 정도 선택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몇 년간 불안하고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재미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여전히 성공보다는 즐거운 삶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도 내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다. 그걸 알게 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최근 내가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
이건 하지 말아야 해.
게임하면 안 돼.
공부는 계속해야 해.
일도 멈추면 안 돼.
계획을 세워야 하고, 코딩도 해야 해.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게 된다. 사실 게임을 하면 오래 하는 편이라 애초에 게임을 차단하기도 하고, 일부러 노트북도 사지 않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 앱도 깔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재밌게 살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책도 읽고, 학생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며, 사진도 찍고, 서울이나 대전으로 연수도 다니면서 얻게 되는 게 많았다. 물론 힘든 점도 있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아이패드를 구매했다. 아직 개봉도 안 했지만, 오랫동안 고민했다. 기존에 갤럭시탭을 사용했지만, 세월이 지나 많이 낡았고, 요즘은 굿노트로 필기를 하거나 그림 그리는 것도 해보고 싶어 아이패드를 들였다. 이번에 연수 갈 때는 아이패드로 필기해서 데이터 분석과 vpython 자료를 많이 만들어 볼 계획이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처럼 간절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돌아보면, 하기 싫은 공부와는 달리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가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평가에 대한 부담도 줄어드니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자주 듣는 말로, “정보 선생님인데 왜 아이패드 없어요?” “스마트기기에 대해 왜 잘 몰라요?”라는 얘기를 이제 그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아이패드 에어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변화하는 스마트 기기는 늘 어렵다.
그렇지만 학교는 여전히 가고싶고, 아이들과 재미있는 나날들을 보내고 싶다. 아이패드로 아이들과 게임 앱을 함께 만들며 행복해졌다. 환경 교육 게임 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