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nch Toast Mafia Aug 17. 2021

칭찬, 잘 받고 잘 건네는 법 (2/2)

앞서 발행한 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 못하는' 동료들에 대한 불만이 한순간에 사그라든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이 나보다 연봉은 더 챙겨 갈 테니), 서툴러도 용서받을 정도로 이른 시기에 리더십을 연습해 볼 좋은 계기라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툴툴대는 데 헛된 에너지를 쏟지 않았다. 이제 문제는 그간 쌓인 미움 때문인지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칭찬을 받는 법을 겨우 익혀놨더니 이젠 칭찬을 주는 법이 말썽이었다.


    앞서 내가 칭찬을 잘 받는 훈련을 했다 했던가. 여기서 '잘'은 실제로 별 수고롭지도 않았던 일까지 살뜰히 고맙다, 잘했다 할 일인가 의아할 때가 많더라도 구태여 "아무것도 아닌걸" 하지 않고 "언제든 얘기해. 도와줄게." 대답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해 여전히 속으로는 별 것도 아닌 일이라 믿고 있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누군가 내게 소소한 일에 감사를 표했을 때 저는 넙죽 받아놓고, 속으로 별 것도 아니라 단정지은 채로 다른 사람이 같은 일을 행했을 때 감사를 돌려주지 않는 천하의 안하무인이 바로 나였더라. 아이고, 너 참 갈 길이 멀고도 험하구나.


    몇 가지 전환이 필요했다. 수고롭지 않은 일이라 해서 의미 없는 일은 없다. 인정은 그 수고로움에만 할 것이 아니라 아무리 미미한 일이라 해도 그에 담긴 의미에 감사를 표할 수 있다. 반대로 결국 무용이 돼버린 일이라도 들인 노력만을 떼놓고 보아 충분히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 따위는 없다. 말 한마디 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못 할 일은 무어란 말인가. 첫 물고를 트기가 힘들었지, 물길이 잡히니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반짝반짝한 노력의 산물들이 물가에 잔뜩 밀려 올라왔다. 또 다른 방향의 전환은 감사와 칭찬을 표현하는 장에서 일어나야 했다. 더 쉽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공개적인 장소에서 특히나 연장자의 업무에 대한 어떤 평가라도 하기가 멋쩍었다.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과 굳이 공개적으로? 하는 거부감이 맞물렸다.


    "굳이 공개적으로" 해야 했다. 회사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고, 궁극에는 사람들의 인정이 모여 승진도 하고 더 좋은 프로젝트도 따내는 것이니 좋은 평가와 칭찬일수록 남들 다 들으라고, 나라는 개인을 넘어서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끔 공유하는 것이 맞다. 이와 같이 자문답을 하고도 실행이 쉽지 않았던 숨은 까닭은 글을 쓰는 지금에야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고맙다, 잘했다 짧은 말 내밀기는 쉬워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잘했는지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1:1로 표현하는 데는 서로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맥락을 다시 짚을 필요가 없으니 Thank you. Great work today. (고마워요. 오늘 일 좋았어요.) 간략한 몇 마디 건네면 그만이다. 반면 회의 중이나 슬랙 같은 공개된 공간, 혹은 상대의 매니저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할 때는 어떤 업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가능한 상세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 피드백은 오히려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던지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A가 이번에 x-y-z 기능을 테스트를 발 벗고 나서서 해준 덕분에 놓치기 쉬운 사용성 버그를 발견하고 일찍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비슷한 버그가 발생하지 않도록 A가 제안해준 테스트 자동화 아이디어 역시 탁월했어요.' 하는 식의 글을 올리면 곧이어 팀원들, 매니저, 프로젝트 담당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감사 댓글과 공감의 반응이 달린다. 탁월함과 성취를 광장으로 이끌어 다 같이 축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고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내가 이러한 업무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소, 허풍 떨려는 의도는 아니고. 이미 사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있는 Thank you 문화를 내가 이해하는 데로 서술한 것뿐이다. 내 몫이라면 그런 공개적인 장소에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고마움을 (아무리 사적이라 느낄지라도,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공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었다.


    반항심을 품었던 초반 치기 어림이 민망할 정도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까지 내가 의견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짐작도 된다. 일종의 Thank you note를 게시글에 올리거나 회의 중간에도 언급하기 시작하고, 게 중 눈에 뜨이는 성과에는 굳이 상대 매니저에게 상대의 좋았던 일에 대해 말을 넣어두니 서로의 관계가 호감과 친밀감으로 단번에 발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받은 credit(인정)에도 함께 일한 동료들을 언급하며 Couldn't have done it with A and B (A 하고 B랑 함께 하지 않았다면 못했을 일이야) 한 마디 보태는 일도 잊지 않았다.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자면, 귀찮은 일도 많아진 게 사실. 친해졌다고 느껴선지 더욱 업무를 떠넘기려는 시도가 많아졌달까? 이는 내 나름의 대응방법을 찾으려고 현재 웅탕퉁탕 하는 중이다) 이런 연습이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바로 동료의 승진 추천사를 쓰는 일인데, 직급이 오르면서 부쩍 쓸 일이 많아졌다. 결국 추천사가 소소하고 세밀한 칭찬들이 모여 이루어진 글이 아닌가? 콕 집어 적절하게 상대를 띄우면서 이 점이 모두의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 설득하는 글을 반복해서 써본 경험들이 모두 내 자산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충분히 인정과 칭찬, 격려를 나누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다. 다만 이제는 이러한 부분들이 업무의 중요한 일부분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더 이상의 내 임무는 '혼자서 얼마큼 성장하는가, 능률을 내는가?'가 아닌, '얼마큼 다른 사람들을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가, 내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큰 영향을 끼치는가 (life others up)'에 있다. 나를 긍정의 말, 과할 정도의 칭찬으로 샤워시켜가며 지금까지 끌어준 많은 멘토들을 떠올려 본다. 돌이켜보면 내가 부족한 구석이 없어 그랬을 리 없는데 잘한다, 잘한다 소리에 너무 취해 있었다. 내 안의 가능성을 찾아내 준 사람들에의 감사함을 기억하고 자기에 함몰되는 사람이 아닌,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Pay it forward.

매거진의 이전글 칭찬, 잘 받고 잘 건네는 법 (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