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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nch Toast Mafia Mar 20. 2022

인턴에게 미팅이란! 외계어 같은 미팅 영어

테크 회사 영어 미팅 표현들 몇 가지

    회사에 누군가 이 비디오가 너무 정확해서 웃기다면서 올렸는데, 댓글 반응이 나름 폭발적이었다. (금요일 오후라 다들 일하기 싫기도 했을 테고 ㅎㅎ) 호기심에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이 총길이 5분 정도에 사실 중간 광고까지만 보면 돼서 정작 내용은 3분 남짓이다. 나는 너무 웃겼는데, 조금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개발 직군에 일하고 있고 매일 스크럼/스탠드업 미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공감하고 깔깔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영상에 나온 미팅에서 쓰이는 영어 표현이나 테크 업계 용어(jargon) 몇 가지를 짚어볼까 한다.



원본 영상은 여기 -

https://www.youtube.com/watch?v=xBbt_HKXfXM

What Meetings Sound Like to Interns


Daily Standup (Meeting). 문자 그대로 매일 서서하는 짧은 미팅을 얘기한다. 서로 업무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하고, -24/+24 - 즉 지난 24시간과 앞으로 24시간 한 일과 할 일을 설명하고 중요하게 blocker - 업무 진행에서 발생한 문제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요소들을 주고받는다. 서서 후다닥 할 말을 나누고 어서 헤어지자~ 하는 마음에 standup이라고 하긴 하는데, 글쎄요. 다들 엉덩이가 무거운 지, 우리는 다 앉아서 합니다만. 그냥 느낌적인 느낌만 살려서 가시라. 영상을 보면 '인턴'이 스탠드업 미팅이 문자 그대로 '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상 높이를 올리고 일어서다가, 매니저는 심지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아차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부터 큭큭했는데... 나, 나만 웃긴가?


I'm sure you'll ramp up in no time. 금방 따라올 거야, 걱정 마.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인턴에게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기도 힘들겠지만 금방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야 - 격려해주는 말에서 쓰인 표현이다.


data-driven KPI standpoint. 데이터를 기초로 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Index) 기준.  테크 회사 미팅에서 얼마나 업계 특수 용어가 많이 쓰이고, 특히 단어 머리 알파벳을 따온 줄임말을 남발하는지 보여주는 데 쓰인 용어라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data-driven"이라는 말이 유독 웃겼다. 우리 팀은 데이터를 다루는 팀이니까 data-driven같이 모호한 표현은 쓰지 않는다. 누군가 data-driven이라고 한다면 괜히 그게 무슨 말인데? 하고 콕 집어 딴지 걸 사람도 여럿 있다. 소위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마케팅에서 많이 쓰이기도 하겠지만 글쎄. 이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결정 사안이 없는데, 어떤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수집해서 적용하겠다는 거야? 하는 단계까지 많이들 와있지 않나?


lots of moving parts. 유동적인 사안들이 많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we are looking to double down on... Double down. 찾아보니 블랙잭에서 유래된 용어라 그러네. 그냥 더 열심히, 얼추 두배 정도는 애써보겠다. 그런 데 쓰인다. 그냥 열심히 할게! 하는 말보다 조금 더 영어 잘하는 사람의 표현 방법 같은 느낌?


touch base with him. 걔랑 얘기해보겠다, 라는 뜻의 좀 더 구어적인 표현이랄까. talk 한다는 표현보다 더 자주 쓰긴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이 말을 할 때 talk이 가진 일종의 방향성을 띄는 대화의 뉘앙스보다는 상대랑 상의해보고 조율해 보겠다는 뜻으로 많이 쓰는 것 같다. 조율의 의미가 touch base라는 표현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sync up with him이랑 거의 같이 번갈아가며 내가 자주 쓰는 말.


I'll be sure to loop him in. Loop someone in. 이것도 자주 쓰는 표현. 어, 어 그 사람한테도 상황 돌아가는 거 공유하고 정보도 계속 전달할게 하는 느낌이다. 비슷하게 Please keep me in the loop / keep me posted. 나도 상황 돌아가는 것 좀 알려줘. 정보 계속 공유해줘. 하는 느낌으로 자주 쓴다.


It was actually on my radar. 이것도 내가 진짜 많이 쓰는 표현이다. 정말 누가 나 말하는 거 보고 만들었나 싶게 위 유튜브 영상은 흔히 쓰이는 표현을 많이 모아서 알차게 배열해 두었더라. On my radar. 내 레이더 상에 있어, 그거 진행사항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어 하는 뜻으로 쓰인다. 말해놓고 보니, 아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하는 어필이나 다름없겠네. 어쨌든 이 표현 하나면 상사 안심시키는 데는 즉효니까 요긴하다.


I just wanted to quickly call out. Call out은 직급이 올라가면서 더욱 쓰게 되는 표현. 짚고 넘어간다 - 말해두자면, 하는 느낌으로 쓴다. 영상에서는 이번 주에 내가 다른 일로 바쁠 거야 하는 걸 call out 했다.  중요한 사안이나 모두가 다 알아야 하는 내용을 짚어 말할 때 쓰기도 하고, 나는 자주 누군가의 공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갈 때 (attribute credit) 많이 쓴다. 이번 주에 A가 이런 부분을 이렇게 잘 해냈고 그 결과 팀이 이런 덕을 봤다던가 하는 내용을 팀 또는 더 큰 그룹 전체에 공유할 때 call out someone's accomplishment/effort 하는 거지.


my bandwidth is pretty limited this week. 여기서 bandwidth는 인터넷 빠르기 같은데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capacity, availability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내가 이번 주에 수용할 수 있는 정도가 제한될 것이다. 나 이번 주 바쁘다 - 다른 일, 혹은 업무 지원 요청 같은 거는 잘 응답하기 힘들 것 같다 - 뭐 대충 그런 거지 뭐. 같은 뜻으로 My availability will be spotty this week. 이렇게도 말한다.


let's timebox that / circle back on that / parking lot that. 다양하게 쓰이는 데 우리 회사는 유독 parking lot을 많이 쓴다 -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표현. 셋 다 뜻은 같다. 지금 말고 (네가 하고 있는 그 얘기는) 추후에, 별도로 얘기하자- 를 좀 더 자연스럽게 에둘러 말한 달까? 아 뭐래. 다음에 얘기해, 할 순 없으니.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언제나 딴소리하느라 미팅 시간 다잡아 먹는 빌런이 있기 마련이지. 빌런 퇴치에 제격이다. Let's take it offline 도 같은 맥락으로 쓰인다. 현재 대화 중인 주제를 온라인으로 간주하고 그와 동떨어지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안은 오프라인, 따로 시간을 내서 얘기하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영상 뒤로 가면 let's put a pin on that이 나오는 데 그것도 같은 맥락으로 쓰였다.)


hot air balloon view on that / bird's eyes view. / 30K foot view. 나는 hot air balloon view는 사실 처음 들어봤는데 (언제 적 열기구야) 그렇게도 표현 하나 보지? 아무튼 셋다 같은 표현인데 좀 더 거시적으로 본다, 큰 그림을 본다 하는 맥락에서 쓰인다. 30,000 foot view를 나는 가장 많이 들어봤다. 3만이라는 숫자는 일반적인데 그냥 아무거나 큰 숫자 가져다 붙이면 된다. 그래도 주로 1K, 10K, 30K, 100K 안에서 말이지. 너무 멀어도 잘 안 보이지 않을까?


reach for low hanging fruit to find a quick win.  이것도 자주 쓰는 표현. 낮게 달린 과일을 따서 quick win, 빠른 성과를 보인다 -라고 직역할 수 있겠군. 의역하자면 우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 먼저 해결하겠다 라는 뜻이다. low hanging fruit이 짱이야.


piggyback off of someone/something. 사전 검색하면 목마 태우다, 편승하다로 나오는 구문. 위 영상에서도, 실제 업무에 쓰일 때에도 '편승'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는 뺀 채로 그 사람이 짠 코드나 디자인, 작업물을 끌어다 쓰겠다, 토대로 해서 그 위에 쌓아 올리겠다 하는 식으로 쓰인다.


그 외에 자잘한 용어들은 sev 0, post-mortem 등이 있겠다. sev 0는 Severity 0를 줄인 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 상황을 뜻한다. 으 상상하기도 싫어. Post-mortem은 주로 sev 0 랑 같이 나오는 표현으로 우리말 뜻은 부검인데, 즉 앞서 나온 sev 0 같은 심각한 상황이 해결된 후에 그 상황을 뒤돌아보고 반성도 하고, 개선 방법을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야기한다. 그냥 프로젝트 하나가 끝난 후에 회고로 post-mortem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단어 원래의 뜻이 가진 뉘앙스도 있고 하니 일반적으로는 어떤 큰 문제가 생긴 이후 반성의 과정을 post-mortem이라 하고 프로젝트 이후 돌아보는 작업은 retrospective (줄여서 retro)라고 한다. 정해진 것은 아니니 둘 중 하나만, 혹은 둘 다 써도 무관하겠다.



- 동생이 영어 표현 설명 듣는 걸 좋아해서 써본 글.

Photo by Red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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