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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nch Toast Mafia May 07. 2022

엇 뜨거라, 아찔한 첫 인터뷰 경험

How I got burned and humbled

    전략은 이랬다. 머릿속으로만 가정한 인터뷰 상황에 맞춰 공부해나가기보다는 실전에 부딪히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목표하는 인터뷰 역량까지  최단시간에 도달하는 것. 머신러닝 방법론에 접목해보자면 방대한 가상의 데이터를 통해 조금씩 실전에 먹힐만한 인터뷰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PvA(Predicted vs. Actual) - 측정값과 실측값 오차 정보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calibration을 마치려 했다. (음. 이렇게 기계처럼 얘기하는 내가 너무 싫지만, 지난 2주 공부에 열을 올린 결과 머리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는 법을 잊은 듯 하니  이해해 주시길.) 지난 승진으로 책임 분야가 단숨에 방대해지고 그룹이 내게 거는 기대치가 커졌다. 따라서 업무 외의 시간에 정성을 쏳는 것이 쉽지 않다. 진지하게 이직을 해보고 싶으면서도, 지금 내 업무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돈을 받고 일해주는 계약 관계에서 본업을 등한시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짐이 늘 무겁다. 분명 욕심이고 자만이다. 이 와중에 주변인들에게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고 싶지도 않고, 늘 해오던 운동도 꾸준히 하며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려 했으니.


    호되게 당했다. 첫 인터뷰는 OA(Online Assessment)라고 불리는 스크리닝 라운드로 주어진 시간 내에 1-2 문제의 코딩 문제를 풀고 시스템 디자인 및 업무 스타일에 관련한 객관식 문항에 답해야 했다. 대면 인터뷰는 아니더라도 실전의 긴장감과 난이도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었다. 한겨울 몇 년을 꼼짝 않았던 고물차를 예열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차키를 힘껏 돌렸다. 시동이 걸리기나 할까? 배터리가 방전됐으면 어쩌지. 쿨럭 대면서 시동이 걸린다. 문제를 아주 못 풀진 않았다는 뜻. 하지만  최적화된 해결 방법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애먹었고 시간도 많이 모자랐다. 멍청이, 멍청이...... 하얗게 불탄 채로 시스템 디자인 문제들을 마주했다. 겨울철 운전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스노우체인도, 차유리에 소복한 눈 치우는 것도 깜박했다. 시스템 디자인 분야는 전혀 대비하질 않았다. 도중에 망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포기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말이야. 남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실패에 담담하려 해도 세상사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는 법이 없다. 상상만으로 '두들겨 맞으면 아프겠지?' 하는 것과 실제로 맞는 것은 별개의 일이어서 약 2시간 반의 사투 끝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졌다.


    엔지니어답게 득과 실을 분석해보자. 얻은 것은 많지. 우선 목표치는 달성했다. 인터뷰를 치러냈다는 것, "참전 그 자체에 스스로 별 하나는 달아주고 싶다. 토닥토닥. 내가 어떤 상황에서 당황하고 어느 분야 연습이 더 필요한 지 몸으로 느꼈다. 게다가 주경야독하는 관성을 얻었다. 짜투리 시간에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시간 허비하지 않고 코딩 문제를 풀거나 시스템 디자인 관련 블로그를 한 자라도 더 읽는다. 업무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실()?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아프다. 마이 아파, 힝. 오퍼를 받는 기적이 있었어도 가고 싶지 않은 회사였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거의 나는 뇌피셜로 입만 나불대는 껍데기였다. 한 판 붙고 패해 본 지금의 나는 걔들이 어차피 너랑 일 안 한대, 조롱 앞에 할 말을 잃은   피투성이에 가깝다. I was humbled - 올해의 테마나 다름없구나. 이래서 사람이 겸손해야 해.


    Enough is enough. 정신 승리해봅시다. 그동안 멘토들이 내게 반복해서 들려준 조언은 "What's there to lose?" 잃을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부딪혀봐! 였다. 그랬다. Bruised ego(상처받은 영혼.. 정도로 해석해두자)도 잃은 것이라기 보단 얻은 바에 가깝다. 필요했어. 나는 내가 실천가였으면 하고 그 이상에 다가가려 또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고 싶다. 적어도 나를 믿어주는 그들과 다시 대화할 때엔 '나 해봤는데 처참히 깨졌어요'하고 겸연쩍지만 부끄럽진 않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깨져봤는데 두세 번은 못 깨지겠어? 다만 매번의 실패에서 늘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너무 욕심내지 말자. 가장 중요한 것을 취하고, 다른 것은 두 눈 질끈 감고 버리자. 한두 달 사교에 좀 소홀해지고, 평소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더라도 세상이 끝나지 않으니까.


Photo by Josefa  nDia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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