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이 색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나라는 어디인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도 빨강, 나라의 국기도 빨강, 정치와 사상마저도 붉게 물들어있다. 아마 나라를 연상하였을 때, 색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이 책은 20세기 초반 청일전쟁과 아편전쟁 이후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던 시기에 미국의 르포기자 에드거 스노가 직접 홍군의 요새로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겪으며 기록한 취재기록물, 즉 르포문학이다. 세계 3대 르포 문학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하지만,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책은 한 명을 마치 우상을 대하듯 묘사하고, 홍군의 반대진영이었던 국민당의 만행만을 책에서 보여준다. 지금 중국 공산당의 원조였던 홍군은 이 책을 이용해서 많은 청년들을 공산당에 가입시켰고, 마오쩌둥의 독재정권 확립에 도움을 주었다.
에드거는 책에서 홍군 측 진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행군도 함께 하는 등 동고동락을 하며 당시 홍군의 수장이었던 마오쩌둥을 취재한다. 그리고 그의 취재는 마치 삼국지에서 처음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것처럼 영험한 기운을 뿜고 있다고 묘사하며 그가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책은 그가 이끄는 홍군을 중국의 모든 농민들이 찬양하고, 지지한다고 묘사했다. 물론 당시 홍군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국민당의 정치도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고통을 받았던 쪽은 죄없는 농민들 뿐이었다. 한 해는 홍군이 세금을 걷고, 한 해는 국민당 정권에서 세금을 걷고, 또 어떨 때는 두 쪽 모두에서 재산을 요구하니 농민들의 곡식은 남아나지 않았다. 또한 군인으로 끌려가기도 하면서 원치않는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책은 그러한 혼돈의 시대에서 농민은 모두 홍군의 편이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독자들이 책이 강력하게 주창하는 것들을 듣기를 바라듯이 말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와 사상강요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당연스럽게도 에드거의 주장을 인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중국인민들이 학살을 당하기도 하고 사상이 다름을 이유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존재하였기에 독재정권과 공산주의는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지금에서야 인터넷이 빠른 정보교환에 도움을 주었지만 그런 것들이 없었던 시기에는 이런 책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표지마저 빨간 책의 첫장을 펼친 순간부터 이 독서가 시간낭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묘사를 하는지 궁금했기에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난 이 선택이 아직까지도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