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변화함에 따라서 경제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들도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범죄율 역시 사회에 맞춰 변화된다. 해롤드 윈터가 쓴 범죄의 경제학이란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지금까지 추산된 범죄율만을 가지고 사회가 어떻게 변화를 하였고, 어떤 범죄가 발생할지에 대한 예측을 기고해 놓은 글을 모아놓았다.
책에서는 범죄억지를 위한 많은 방안들을 소개하고 이것들이 과연 효율적이었는가를 물어보았는데 그중에는 벌금, 자유형. 치안 정책, 사형제도, 총기규제, 망신주기 처벌 등 많은 방안들이 소개되었다. 실제로 이것들은 효율적인 측면도 있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경우도 있었다. 이 중에서 관심 있게 보게된 것은 사형제도였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사형제도 폐지되었지만 외국은 현재진행형인 나라도 있다. 실제로 사형제도의 방식에 따라서도 범죄억지의 효율성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미국은 독극물을 주사함으로써 오랜 시간 고통을 느끼다가 생을 마감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호주는 긴 거리를 낙하시켜서 척수를 끊는 교수형 방식을 택하였다. 이에 대한 결과는 미국의 범죄억지 효율성이 더 높다는 결론이었다. 이처럼 사형방식의 차이가 범죄율(정확하게는 살인율)을 얼마나 감소시키는지 알게 되는 건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형제도는 일시적인 범죄율 감소를 보여주고 실질적인 범죄억지를 하려면 하나의 주에서 매년 9건의 사형을 집행해야지 그 효율이 발효된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조지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는 사형집행건은 9건 이하이다. 그래서 나는 사형제도가 과연 범죄율감소를 위한 정책에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의 목숨, 존엄성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닌 그저 사회를 둘러싼 인식이나 효용가치를 따져보자면 사형제도는 없어져도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호주에서 1900년대 후반에 실시한 범죄자 대규모 사면법 또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수감자가 너무 많아져서 과도한 예산이 부담스러웠던 정부는 40%에 달하는 죄수들을 사면해 주거나 감형해 주면서 범죄율을 낮추고자 하였는데 (당연하게도 악질범죄자들은 감형대상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에 따른 범죄율 감소는 내게 다소 충격을 주었다. 범죄율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했던 우려와는 달리 꽤 많은 범죄율이 감소되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일하는 인원이 많아졌기에 사회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었다. 국방비 다음으로 교도소 재정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미국과는 비교되는 사건이었다.
또 다른 것은 낙태와 범죄율 감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사형제도와 같은 무시무시한 법들은 범죄율감소에 이바지하지 못하였는데 낙태가 범죄율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은 비교적 최근 낙태를 합법화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범죄율 감소로 이어지는 뜻밖의 사태를 맞았다. 경제론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낙태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이끌어냄으로써 사회를 안정시키고 범죄율이 감소된다는 의미였다. 낙태라는 행위를 지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위와 같은 사건들을 보며 범죄율과 사회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종잡으래야 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으로 가장 눈 여겨본 주제는 인종편견이었다. 인종차별로 인해서 소수인종이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면 장안의 화제이다. 미국은 아직까지도 이것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흑인과 백인을 꼽아 인종편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형제도와도 연관이 있는데, 흑인이 백인을 살인하였을 때 사형집행률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백인이 흑인을 죽였을 때, 그다음으로 흑인이 흑인을 죽였을 때, 다음으로 백인이 백인을 죽였을 때 사형집행률이 높았다. 이로써 판사가 백인인가 흑인 인가 와 상관없이 피고인이 흑인이 되었을 때 그에 대한 형량이 조금씩은 높아졌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백인이었을 때는 형량이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심각한 인종차별문제는 이에서 그치지 않았는데, 경찰이 불시에 차량을 수색검색하였을 때 백인보다 흑인을 두 배나 더 검문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인종차별이 현재진행형이다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도소의 범죄자 중 60%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면 어딘가 이 인종편견이 이해될 수도 있을 거라는 위험한 어림짐작이 머릿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과거로부터 실려온 많은 사례들과 통계들이 인종편견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종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미국경찰들의 과도한 처벌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만큼 통념 없고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명확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종차별을 한 경찰이나 고위관직들에게 확실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종차별문제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 문제를 만든 것이 누구냐를 따지고 들어간다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원론적인 문제부터 파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인종편견이 부르는 인종차별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