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리마스터링 해석과 그 상징들
영화 '중경삼림' 리뷰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장르: 드라마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왕페이 임청하 금성무
국가: 홍콩
줄거리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은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 밀매상을 만난 하룻밤의 이야기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 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
#한 도시 두 이야기
영화는 두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이다.
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충킹멘션 근방에서 마약 밀매업을 하는 금발의 여자와 이별의 슬픔을 채우려는 남자의 미묘한 하룻밤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경찰 633과 웨이트리스 페이의 교감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이야기는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볼만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실 연애를 주제로 한 영화로써 달달함을 느끼고 교훈을 주거나 아니면 막장으로 흘러가는 요즘 같은 자극적이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이야기들 뿐일 테지만 희한하게도 중경삼림을 보면 긴 여운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왕가위 매직
그 해답에는 왕가위 감독의 위트 있는 연출과 색에 있다.
그의 연출 스텝 프린팅이 대표적인데, 저속으로 촬영한 후 특정 프레임들을 복사해서 동작을 묘사하는 기법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 기법을 애용함으로써 그의 영화에 공통된 주제인 홍콩의 허황된 삶들을 한 번에 묶어서 보여주는 예술을 보여준다.
깨진 거울을 통해 금발의 미녀를 보여준다던가 비가 오고 밤이 와도 어두운 모습은 보여주진 않는 홍콩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왕가위 감독은 물건에 프레임을 맞춤으로써 흔한 청춘남녀의 사랑을 짙은 감명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물건이라면 선글라스와 통조림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물건이라면 비행기이다.
#선글라스와 통조림
도시를 상징하는 선글라스는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그 의미를 보여준다.
세 가지 이유 모두 허황이라는 의미와 정통하다. 장님인 사람은 선글라스의 존재를 모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들을 기만하고 실연을 감추려 선글라스를 쓴다는 것은 곧 허황된 자신의 눈빛을 감추기 위함이다.
이렇듯 인생의 허황을 상징하는 선글라스를 낀 금발의 여자는 사실 혼돈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금발에 인도인 마피아를 만나고 선글라스를 낀 채 우비를 입는 모든 것이 혼재되어있는 그녀의 외면은 홍콩을 대표하는 듯하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허기를 달래려 음식을 밤이 새도록 먹는 하지무의 모습은 홍콩 속 허황된 일상을 채우려는 홍콩인들의 슬픔을 보여줍니다
둘째로 통조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통조림에는 유통기한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무의 대사를 통해 그의 바람은 곧 신기루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예전에 사랑에 빠졌을 때 썼던 인스타그램이나 일기장을 보면 손발이 녹아 없어질 정도로 오글거린다던지 만남이 있으면 권태기가 오고 언젠가 헤어짐을 반복하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이미 알고 있듯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비행기
두 번째 이야기의 상징인 비행기 역시 633의 대사를 통해 보여준다.
비행기는 언제 취소될지도 모르고 언제든지 경로를 바꾸고 회항할지 누구도 모른다. 그런 비행기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 바로 페이가 비행기 모형을 들고 물속에 빠뜨리기도 하고 이방 저 방을 휘젓는 장면이 있다. 어찌 보면 데이트 전날 마음을 바꾼 페이의 결정을 암시하는 복선이기도 하다. 그리거 그런 그녀의 성숙한 결정 때문에 더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정리
서로 사랑했기에 반했고 반했기에 사랑했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홍콩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왕가위 감독만의 아름다운 색깔과 재치 있는 연출만으로 풀어내 세계적인 명작이 된 영화 중경삼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