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7일 일기
그렇게 별다른 하루는 아니었다. 그냥 모닝근무 하고 집에 돌아와 누웠다. 늘 그랬듯이
아침에는 사실 지각을 할 뻔했다. 브리핑 시간이 7시 30분까지이지만 나는 22분에 일어났다. 어젯밤 내 얼굴을 비춰주던 아이패드를 눈 뜨자마자 7시 22분이라는 숫자를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튀어올라 가장 먼저 군복을 움켜잡고 옷을 벗어댔다. 어젯밤 꿈같았던 긴 밤을 회상하며 내가 왜 그리 늦게 잤을까 자책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빨리 나가 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달렸다. 걸어선 10분 되는 거리를 나는 3분 만에 달려갔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하니 28분이었다. 다행히 지각은 아니었다. 나한테 별 관심도 없어 보이는 상사들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앉아있다 보니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왜일까? 내가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못 찾아서? 출근을 지금 한 나 자신에 실망한 것인가? 아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 속에서 누군가 분노 버튼을 누른 것이다. 이 버튼을 요즘 가장 많이 누르는 게 나에 대한 후회와 책망이다. 얼마 전, 나는 시험을 보았다. 경력 1년 차 미만의 하사들을 대상으로 누가 더 많이 아는 것인지 시험을 보았다. 시험에 공평성이고 뭐고 사실 나는 정말 간절했다. 여기서 인정을 받고 더 올라가는 발판을 마련할 테다라는 간절함 말이다. 그러나 간절함이 클수록 좌절은 더 커지는 법이었다. 누구든지 실수할 수 있지,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런 위로들이 모두 사라질 만큼 나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버렸다. 시험범위를 잘못 알고 덜 외운 것이다. 이것까지 외웠으면 완벽했는데,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좌절감은 더 깊어졌다. 어떤 위로도 받고 싶지 않아서 이런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아니다 사실 위로해 봤자 나를 우습게 볼 게 뻔하니까 이야기를 안 꺼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래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왜 지금 분노버튼이 눌려있는 거지? 그냥 막 화가 났다. 내가 시험범위를 잘못 알았을 때도 작전실을 다 엎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도 그렇다. 다 엎어버리고 싶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전실에 들어가서 그냥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통제대 내에서도 거의 막내라는 하사 놈이 아침부터 일은 안 하고 쉬러 돌아다녀라는 내 머릿속 질문들은 지워버린 채 분노로 가득 찬 머리를 씻어내려 갔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걸었다. 내가 바보라는 생각은 그래도 없어지지가 않더라. 이 시험만 잘 봤더라면 일등만 했더라면, 시험범위를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책망과 좌절은 나를 좀먹고 있다. 이제 그만 나를 놔주어야 할 때인가 보다. 이제 그만 가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