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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9. 2023

에이스지만 막내입니다.

생애 첫 에이스!

미장반에서 에이스(?) 생활을 뒤로하고, 미장반에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들의 응원과 담임 선생님의 아쉬운 눈빛을 남기고 나는 타일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업 학교에는 기술을 배우려고 오신분들도 많았지만, 그보다 많은 건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오신 분들도 더러 계셨다. 직업 학교에서의 생활이 실업급여를 받을 때 굳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도 구직 활동으로 쳐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실업급여도 받으면서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점심 식대와 버스비를 소량, 아주 소량으로라도 받을 수 있으니 생활에 여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 였고. 


타일반은 미장반 보다 인원수가 10명 정도 더 많았다. 연령대도 미장반의 펴윤 연령이 60대 후반이라면, 타일반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30대가 2명, 40대가 3명, 20대가 1-2명 정도였고 그 외 분들은 모두 연령대가 50,60, 70 초반까지 다양했다. 


타일은 미장보다 사야 할 것들이 좀 더 많았다. 다시 공구점에 가서 이번에는 타일반용으로 맞추어서 준비물을 달라고 말하면, 뽀글머리 사장님은 웃으면서 이번엔 <아묻따>로 준비물을 팍팍 - 챙겨 주셨다. 타일반에서의 처음은 교재로 이론적인 부분을 조금 공부하고 바로 실전에 돌입하는 거였는데.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나는 실뜨기 부터 시작했다. 0.5평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작은 공간에 앉아서 양쪽 벽에 못을 박고, 실을 거는 작업이다. 


(내가 타일반에서 공부를 한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정도 전이니, 내 기억에 많은 혼란과 삭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면 고맙겠다.)


실을 못에 묶고, 그 실을 일직선으로 쭈욱 당겨서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 일인데, 이때 싸인펜은 필수다. 나는 처음에 이 싸인펜으로 무얼 할 것이며, 실로는 뭘 어떻게 할 것인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역시 세상에 가치없이 사야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실은 요즘은 현장에서 그런 방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 좋은 기계들, 수평과 수직을 맞춰주는 레벨기가 있으니 실과 못이 따로 필요가 없지만, 경력이 오래 되신 분들은 아직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고, 무엇보다 타일을 붙일 때 못과 실을 제대로 박아야 타일을 잘 붙일 수가 있다.


못과 실로 수평과 수직을 맞추고, 타일을 붙여나가는 과정을 연습하는 게 첫 단계였는 데, 실은 나는 수평과 수직에 약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학교 다닐 적에도 수학에 가장 취약했고, 수계산에도 불리했던 나인데, 수평과 수직에서도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타일반에 타닐 적에 더 열심히, 누구보다 빠르게 학교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다닐 적에 점심밥도 거의 먹지 않다 싶이 했는데, 그 시간에 되어야 그나마 조용히 혼자서 수평과 수직을 제대로 맞추는 방법을 복기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배가 너무 고픈 날은 학원 앞에 편의점에 얼른 가서 컵라면 하나를 후다닥 먹고 달려와 믹스 커피 하나를 타서 자리에 앉았다. 


크- 그때 마신 믹스 커피의 맛이란, 세상에서 가장 달달하고 쌉싸름한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믹스커피와 함께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믹스커피의 추억이라고 한다면 그때의 커피를 들겠다. 학원에는 학원생들과 선생님들 마시라고 믹스커피와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주었는데, 나는 초코파이는 먹지 않고 믹스커피를 마시는 편이었고, 아침에 한잔, 점심때 한잔 이렇게 총 두 잔을 마셨는데, 크-. 진짜로 맛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침이 넘어가고는 한다.


나도 물론 멋지고 이쁜 카페의 아뭬리카노를 마시기도 하지만, 여전히 믹스커피를 좋아한다. 믹스커피 특유의 탈지분유 맛은 누구도 따라 올 수가 없다. 당연히 브랜드는 ㅁㅅ.


어린 시절 나주에서 광주로 통학할 적에도 나는 믹스커피를 마셨다. 지금이야 핫식스 같은 음료수가 있어서 잠을 깰 수 있도록, 혹은 들지 않도록  해주는 방법들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오로지 2:2:3의 마법같은 비율이 최고였던 시절. 게다가 학교마다 놓인 자판기에 100원은 커피 50원은 우유, 혹은 율무차를 섞어서 마시면 그곳이 바로 케냐나 코스타리카가 아니었을까? 혹은 에디오피아거나...


여튼 믹스커피는 내 인생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것이었고, 직업 학교에서도 나는 여전히 믹스커피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믹스커피를 한잔 들고, 차가운 공기가 일렁이는 타일 실습 자리에 앉으면 내 심장도 차갑게 굳어버리는 느낌이었지만, 손은 아니었다. 머리로 배운 건 까먹을 수 있지만, 몸으로 익힌 건 절대로 잊지 않는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타일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수평과 수직을 맞추기 위해서 못과 실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 내 나는 못도 잘 박고, 실도 잘 묶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에이스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기 위해서 그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흉내 냈더니 잘 할수 있게 된 케이스 라고나 할까. 그렇게 미장반의 에이스(?)였던 나는 슬슬 타일반의 에이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미장 자격증 시험을 보려 가야 하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미장 자격증 시험을 어디요? 안성까지 보러가야 한다고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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