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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Dec 06. 2023

번외이야기1.

12월을 맞이하며-

근래에 아주 일찍 일어난다. 일찍의 의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6시라고 답할 수 있는 데,  모든 건 시나몬 번 때문이다. 나의 필요가 아니라 타인의 필요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만들기까지 해야 하는 제품이라서 조금 힘에 부친다.


그런데도 즐겁다. 

아마도 노동과 즐거움의 관계는 반비례인가?

어떤 면이 즐겁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몇 안되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게 즐겁다. 

이제는 쌀쌀해진 아침 공기도, 아직은 어두운 하늘도, 오르막길을 오를 때 느끼는 숨이 차오름도,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의 상쾌함도 모두 즐겁다.


위장까지 닿는 아침 첫물의 짜릿함도 좋다.

폐안까지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도 좋다.

어쩌면 힘이 부친다는 건 즐거움을 기반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밤,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과 느슨함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늦잠을 잘까 말까, 늦게 잘까말까,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전기 장판의 온탕과 냉탕 사이를 오고가다 보면 결국엔 6시에 눈이 떠진다.


원래 새벽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그 모든 시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드는 건, 신체가 주는 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이를 먹으면 아침잠이 사라진다고들 하지 않던가?

아침잠이 사라지고 저녁잠이 조금 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이 힘들지 않고 힘에 부친다는 표현 마저도 괜찮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쌓다 보니 어느 새 1달이 되었는데,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건, <최선을 다한다> 라는 것. 나는 하루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어간다. 어떤이가 그토록 바라던 그 하루에 부끄럽지 않게 시간을 쓰는 인간이,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라고 이야기하는 인간들에게 대거리 할 거리가 생겨서 기분이 쌩쌩해진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인간으로 살다가 최선을 다해서 죽고 싶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손가락질 받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노력하는 인간이 왜 나쁜가? 결과에 집중하는 인간도 과정에 집중하는 인간도 모두 노력했는데. 왜 항상 결과가 좋은 인간만 칭찬을 받는 걸까? 나는 그냥 내 노력과 내 최선을 기반으로 오늘도 그렇게 아침에 일어났고 걸었다.


매일을 걷는다.

걷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

아침과 밤에 같은 길을 매일을 걷고 또 걷는다.


때로는 다른 길로 변주를 하기도 하지만, 옵션은 4가지다.

골목길, 인도, 직선, 곡선.


4가지 옵션을 입맛에 맞게 골라서 매일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서 걷는다. 발과 발이 땅과 땅에 맞닿은 그 순간의 감촉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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