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로 퇴사를 했다. 퇴사하면 1. 마냥 기쁘기만 하거나 반대로 2. 불안하고 힘들기만 하거나 둘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다. 퇴사를 마음먹고 내내 이별 예행연습을 해서 그런가, 뭐 정작 이별을 하고 나니 아무런 느낌이 없고, 오히려 앞으로 내가 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신기한 것이, 퇴사를 결정한 이후에 감정에 굴곡이 있었다. 퇴사를 결정하고는 속이 시원했다. 당장 이 끔찍한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퇴사를 회사에 말하고 나서는 슬펐다. 팀 리더에게 퇴사를 말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첫 직장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끝이라니, 헤어진다는 게 슬펐다. 그 뒤 2주간은 불안하고 두려웠다.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걸까? 과연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끊임없이 질문들이 내 머리 속에서 메아리쳤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자유로워진 나는,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내 인생 새로운 챕터에 대한 설렘과 기쁨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문득 문득 두려움이 엄습했던 건 사실이다. 퇴사 일자를 정하고 연차를 소진하는 기간에도 고민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내가 과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깜냥이 될까?” 어떤 결정이든 후회는 남는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할 것 같으면 해보고 후회하자"가 나의 인생 신조가 아니었던가. 이미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내 나이 30되기 1년 전,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신입 시절이 떠오른다. 내겐 회사는 그저 그런 일터 그 이상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펼쳐 보이고, 열심히 일해서 다양한 성과를 내보이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즐겁게 일할 날만 남아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회사는 나를 여러 번 실망하게 했고, 결국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그렇다고 회사에 악감정은 없다. 그저 오랜 연인을 떠나 보내듯 마음이 아프지만 홀가분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