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취준생들이 내게 자주 묻는 질문 100가지》의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하는 글로, 자격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꼭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해도 될지 말지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칼럼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왜 지원하는 것이 당신에게 이득일지를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팀장님, 채용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가 꼭 입사하고 싶은 회사/포지션이라면 지원해도 되나요?
만약 채용공고에서 요구하는 조건 중 ‘필수자격’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지원하시더라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수자격이 아니라 ‘지원자격’이나 ‘우대사항’이라면 0%의 확률을 1%라도 만들기 위해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왜 이게 좋은 방법일 수 있는지는 실제 사례를 통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래 박스의 내용은 제가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타 부서의 차장님과의 대화입니다.
장소: 회사 옥상 흡연 구역
시간: 오후 4:35
강팀장: 김차장님 오래만이네요. 담배 끊으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김차장: 응, 끊었지. 근데 오늘 피고 다시 내일부터 끊으려고.
강팀장: ㅋㅋㅋ 왜요? 요새 관리부서에서 직원 뽑는다던데, 마땅한 인재가 없어요?
김차장: 아니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는데, 내가 이 친구를 뽑자고 하면 부장님이 계속 빠꾸를 하네.
강팀장: 원래 부장님이 차장님 같은 인재를 원하시잖아요. 어디 차장님 같은 인재가 흔한가요?
김차장: 하여튼 강팀장 이빨 터는 것은 알아줘. 그게 진실이면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 ㅋㅋㅋ 근데 개발 쪽은 직원 안뽑아? 이번에 이집트 건 수주 했다면서?
강팀장: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인데, 그냥 저희 팀 내부 인원으로 다 진행해야 할까 봐요. 견적이 안 나와요. 견적이….
김차장: 혹시 내가 소개시켜줄까?
강팀장: 아는 지인 있으세요? 차장님 지인분이시라면 안될 것 같은데…. 저희 예산이 없어요.
김차장: 아니, 우리 이번에 서류를 많이 받았잖아. 그중에 너랑 비슷한 친구가 하나 있더라고. 남미 쪽에서 봉사활동 하고, 대외활동으로 아프리카도 다녀왔던가? 어쨌든 그 친구가 제출한 서류가 너랑 비슷해서 기억나네.
강팀장: 그래요? 그럼 서류 한 번 공유해주실 수 있어요? 한 번 체크해보고 제가 마음에 들면 정식으로 요청드릴게요.
김차장: 맨 입으로?
강팀장: …. 채용하게 되면 술 한 번 살게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채용공고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 합격 가능성이 0%에서 1%라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 때문에 말이죠.
당신이 면접장에서 “혹시 다른 부서에서도 근무 가능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와 같은 시나리오 때문인 것이죠.
이처럼 회사는 결국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각 부서마다, 각 팀마다의 색깔이 뚜렷하게 있습니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단순히 일을 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는지뿐만 아니라, 저 친구가 우리 팀 사람들과 함께 조화롭게 일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채용공고에서 요구하는 모든 역량들을 충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채용공고에서 설명하는 모든 역량들을 계발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채용공고는 기업이 원하는 ‘이상형’을 묘사한 것이지, 기업이 원하는 현실적인 인재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정말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채용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류를 제출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필수 자격’의 경우에는 반드시 부합해야 하지만, 나머지 조건들에 대해서는 당신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일단 일말의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p.s. 이 글에서 든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예를 들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서류를 제출하는 바람에, 작년에 서류를 제출하고 불합격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걸러지는 시스템을 지닌 기업의 경우라면, 이 글에 담긴 주장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은 현명한 의사결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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