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7살 여성으로 최근 디자인, 인테리어, 가구 제작에 관심이 생겨 해당 분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직장인입니다. 현재는 건축 감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할 때도 단순히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는 시기가 오자 불안함이 커져서 급급하게 감리직을 택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커리어너스를 제대로 접하고 저의 어린시절과 관심사, 가치 등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성과를 내고, 창작물을 만드는 직업이 끌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인테리어, 가구 제작 쪽으로 이직하고 싶지만, 예체능 계열이라 그쪽에 재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했고, 너무 이상적인 꿈을 꾸는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직준비를 하게 될 때도 디자인에 관련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기까지 해서 결국 포트폴리오 제작 시작도 안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은 재능이 있어야 성공한다.’ 이 말이 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서 그런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요약하자면, 사연자님께서는 감리직으로 근무중이지만 인테리어나 디자인과 같은 직무에 끌리시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너무 이상적인 꿈을 꾸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커리어를 전환하는 것이 맞을까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인가요?
저는 방송에서 사연자님께 제가 커리어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이야기가 사연자님의 고민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죠.
저는 현재 글을 쓰는 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일은 재능이 필요한 예술적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투병 생활 후 재활 훈련을 하면서 무의식 글쓰기를 진행했는데, 무의식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깨달았던 것은 제가 글짓기 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이야기로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일입니다만, 저는 제가 잊고 있던 기억을 살려냄으로써, 문득 저도 글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벽이 깨지자, 저는 글쓰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편향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예술이라는 장르의 글쓰기, 시와 소설과 같은 인간의 내밀한 감정들을 정밀한 언어로 표현하는 위대한 재능을 지닌 작가들이 쓰는 글쓰기만을 글쓰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도 매일 같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말이죠. 회사에서 제안서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작성하는 행위도 모두 글쓰기의 한 종류였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그 후 글쓰기를 2가지 장르로 구분하였습니다. 문학적인 글쓰기는 내가 재능이 없으므로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이고, 비즈니스 글쓰기(Business Writing) 또는 실용분야에서의 글쓰기는 내가 밥먹듯이 해온 것이므로 손을 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글을 쓰는 행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사연자님께서도 미술/예술이라는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깨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니까, 흑백사고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회색 사고의 관점을 취해서 실용적인 분야의 디자인으로의 이직을 고민하시는 것이 어떠한지를 제안한 것이죠.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3391823219
제가 사연자님께 건넨 두 번째 조언은 '성공'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성공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지적인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을 통해서 수백억의 규모의 매출을 내는 사람이고, 예술이라는 분야에서는 시대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재능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재능만으로 성공한 것일까요?
예를 들어, 저는 방송에서 제가 존경하는 고흐를 언급했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그 재능이 너무 눈이 부셔서 그 재능을 대중들이 알아보지 못한 사례는 많습니다.
•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이지만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만 판매했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 평생 독신의 무명 시인의 커리어를 밟았지만 지금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여성 시인으로 여겨지는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 수도자의 생활을 하면서 남들에게 생전에 과학적으로 인증받지 못했지만 현대 유전학의 기초를 세운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
• 과거에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취급받았지만 현재에는 지구과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인 대륙 이동설을 제안한 인물인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 부유한 유대인 상인 집안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평생 무명 작가의 길을 걸으며 40세에 요절했지만 독어권의 대문호라고 불리우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각자가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각자가 현존하던 시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대중들이 관점을 깊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는 그럴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겠죠.)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또한 성공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이죠. 제가 이 글에서 수동적 프레임과 능동적 프레임을 조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한 목표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면, 사연자님이 실용 분야에서 이미 커리어를 쌓은 것은 오히려 대중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재능을 지닌 이들과 비견될만한 커다란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용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중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늘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2229005558
감리라는 프레임과 디자인이라는 프레임을 프레이밍(Framing)하시면 됩니다. 제가 쓴 위의 글과 《프레임 자소서 작성법》에서 아주 세세하게 설명한 것처럼 말이죠.
감리직을 먼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리직은 무엇을 하는 직무일까요?
감리직은 통상적으로 건설 프로젝트의 품질, 안전, 예산, 일정 등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직무를 말합니다. 저는 감리직의 수많은 업무들 중 단 하나를 꼽자면 '품질'을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품질이라는 요소는 당연하게도 디자인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사연자님이 디자인 직무를 지원하신다면 '품질'에 초점을 두고 지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 대한 관점이 일반적인 디자이너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예컨대, 어떤 인테리어 가구를 디자인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회사는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제작하고, 마감하고, 디자인하는 총체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중에서 어떤 재료를 선정할지, 품질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업무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며, 사연자님께서는 이러한 직무를 타깃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감리직 출신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가구의 기능성, 안전성, 내구성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서 가구의 품질을 어떻게 고객의 입맛에 맞는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어떻게 제고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에 그 누구보다 강점이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p.s. 사연자님은 어쩌면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제가 방송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어떻게 '찍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시는 겁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디자인, 인테리어, 가구제작과 같은 분야의 소모임, 동호회,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원데이 클래스 등을 찍먹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 길이 나의 길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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