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Jul 16. 2024

나 자신이 멋지게 느껴지는 순간들은 계속 만들어 나가기

소시오패스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저서 <심리 읽어드립니다>를 읽다가 '소시오패스에게 이용 당하지 않는 법'이라는 챕터에 눈길이 갔다.

사이코패스는 보는 즉시 '이 사람은 무언가 이상하다'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굉장히 착한 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자신의 나쁜 감정이나 불편한 심리를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얼마든지 표출할 수 있습니다. (p.293)

사이코패스는 불안, 스트레스 등과 관련있는 편도체가 굉장히 약한 상태로 태어나고, 이후의 삶에서도 편도체가 거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조금 다르다. 한 예로 어린시절 고아원 보모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란 루마니아의 고아들이 미국의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소시오패스의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양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기 양부모 앞에서는 멀쩡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소시오패스는 알면서도, 그걸 이용해서 범죄 행위를 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타인에게 진정으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타인의 공감능력을 이용하는 능력도 탁월하죠.(p.294)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공감능력의 결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길을 걸어간다. 우리가 몰랐던 소시오패스의 특징이 있다. 우리는 흔히 소시오패스라고 하면 굉장히 악독한 표정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하나,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정체를 그리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로 하겨금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굉장히 불쌍한 얼굴로 사람의 동정심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같은 눈망울을 하고 말이다.

소시오패스는 악마적인 얼굴만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마음씨 좋은 선배일 수도 있고, 언제든지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불쌍한 표정을 무기 삼아 내 마음을 무너뜨리는 후배일 수도 있습니다. (중략) 이들의 특징은 내가 아무리 거절을 해도 내 죄책감이나 동정심을 이용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끝까지 얻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p.290)

일상에서 이런 소시오패스를 구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격은 잘 변하지 않지만 인격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확연하게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들은 사람이 안 변한다는 것을 과장하여 얘기한다. 너는 변할 수가 없다. 너는 성장할 수 없다.' 라는 고착형 메세지를 주는 것, 이것이 소시오패스들의 특징이다.

소시오패스는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라고 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고, 바꿀 수 있는데도 그건 못 바꾼다고 계속해서 얘기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허탈하고 허망한 삶을 살게 합니다. 그렇게 무너진 나를 이용하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을 교묘하게 구사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죠. (p.305)

그들은 " 봐, 너는 해도 안 되잖아. 열심히 했지만 내가 볼 때 너는 이거랑은 아니야" 라고 위로하는 척 하면서 상대를 낙심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 사람이 자신의 영향력을 벗어나 외부적으로 뭔가를 성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런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피해야 할까? 내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무력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안 만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즉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다. 모든 걸 한 사람과 다하려고 하지말고, 맥주를 먹을 때는 이 친구, 스키장을 갈 때에는 저 친구를 만나는 등 좀 더 폭넓고 느슨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사실 이게 진짜 키 포인트 같다.


김경일 박사님은 나이 서른살이 넘어 유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시절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참 외로웠다고 한다.  그 때 1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 하나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같이 곱창을 먹자고 했단다.


 "곱창은 너랑 먹어야 제일 맛있어. 나 오늘 갑자기 곱창이 먹고 싶은데 네 생각이 나더라." 이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되고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났다고 한다. 친구들이 농담으로 곱창집에서 광고 들어오겠다고 할 정도로 교수님은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재주가 있으셨단다. 바로 여기가 이 책의 모든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밑줄 쫙, 별표 다섯개! 김경일 교수님은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재주가 있는거다. 여기서부터는 너무나 중요해서 내가 필사하고 외우려는 목적으로 책 내용을 기록해본다.


p. 310
이처럼 우리는 남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족하거나 성취할 수 있는 자기만의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천만 원짜라 공연 티켓을 사서 세계 최고 연주자가 하는 콘서트에 간다고 해봅시다. 공연을 보며 그 연주자에게 감탄하겠죠. 이것이 문화적인 행동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는 그 연주자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작년까지는 피아노로 치지 못했던 아리랑을 올해 좀 더 연습한 덕분에 이제는 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보죠. 물론 세계 최고의 연주자에 비하면 1만 분의 1도 안 되는 피아노 연주 실력일 겁니다. 하지만 내 손끝으로 무언가를 연주해보면 나 스스로가 괜찮게 느껴집니다. 이걸 '내가 나에게 하는 감탄'이라고 합니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칭이지요. 문화, 예술, 취미, 레저가 왜 중요할까요? 내가 나에게 만족하면서 스스로에게 감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건, 성살하고 너무너무 착한 사람인데 소시오패스에게 계속해서 이용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문화, 예술, 취미, 레저가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경험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내가 나에게 느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감탄들도 없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없는 것이죠.

p.311
내가 나에게 스스로 만족할 기회를 자꾸 만들어나가고, 내가 나에게 스스로 감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체험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삶은 나를 소시오패스로부터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안전망입니다.


p.312
또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는게 중요합니다. 나를 즐겁게 하는 문화적인 삶, 취미가 있는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오랫만에 책을 읽으며 거의 전문을 다 옮겨 적었다. 내가 가득차야 남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듯하다.  나에게 하는 감탄의 힘이라니! 와, 이거 진짜 멋진 말이 아닌가.

리코더를 연주하며 한 번도 모르던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바, 바하와 헨델 곡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며 '어제보다 더 멋진 나의 모습'을 느끼고 있는 요즘, 김경일 교수님의 책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 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와우~! 이게 바로 문요한 선생님이 말하신 오티움이구나. 아, 맥이 연결되는 이 느낌 진짜 행복하다. 결론, 기승전결 리코더 만세!  



매거진의 이전글 교장선생님! 강사님 맘에 안 들어요. 교체해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