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 이후 카라바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학구열과 호기심 버튼이 켜진거다. 그러던 중 대박 도서를 만났다. 고종희 교수님의 저서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다. 책 크기부터 어마어마한 24×28의 대형 판형이라니. 가격은 12만원이라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국회 도서관에 가서 보았다.겉모습도 대단하지만 내용은 더 어마무시하다. 카라바조의 삶을 구석 구석 탐사보도 취재하듯 샅샅이 훑어낸 책을 보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카라바조는 바로크 양식의 창시자 중 하나로 훗날 루벤스와 렘브란트, 벨라브스케스 등에 영향을 미친 거장이다. 그가 살던 시대는 루터의 종교개혁 후 가톨릭 내부의 쇄신운동이 일어나던 때였고 카라바조는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에 표현했다. 성화에 서민과 집시, 부랑아가 나오니 지금봐도 놀라운데 옛날 옛적에는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을까?
20대에 미켈란젤로의 뒤를 잇는 스타작가로 잘 나가다가 30대에 테니스 때문에 일으킨 싸움으로 살인자가 되어 도망다니던 그는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6세에 아버지를 잃고 19세에 어머니를 잃은 카라바조. 인성은 최악이나 재능만큼은 최고였던 그에게 계속하여 도피처를 마련해주고, 그림을 유통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귀족 가문들이 그의 뒤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카라바조의 삶이 안타까웠다. 그의 삶이 악덕 매니저와 소속사를 만난 가련한 아티스트같이 느껴졌다. 고종희 교수님이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지 어머니같은 푸근함과 인자함이 가득 뭍어났다.
넌 왜 이렇게 성격이상자가 된 거냐, 너의 재능만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할까봐 걱정된거냐 묻고 싶어졌다. 교수님은 이탈리아 전역을 다니셨지만 나도 로마 한 도시라도 그의 작품을 찾아 실제로 만나고 싶어졌다.
예전에 한 달동안 런던 인 파리 아웃 반시계 방향을 도는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여름 방학 동안 최대한 많은 도시를 최소비용으로 가는데 혈안이 되었던 때라 사진 찍기에만 바빴다. 더운 날씨에 지쳐서 그랬는지 같이 간 친구와 싸워서 그랬는지 딱히 로마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테르미니역 근처 싸구려 호텔에서 들리는 엄청 시끄러웠던 경찰차 사이렌 소리만 생생하다.
나의 첫번째 로마는 트레비 분수, 바티칸 성베드로성당이란 키워드로 기억된다면 앞으로 갈 로마는 무조건 카라바조 작품이 있는 곳을 최우선에 두고 싶다. 다시 로마에 간다면 가 보고 싶은 곳 리스트를 리스트업 해본다.
A.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성당 :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 성 바로로의 개종
B. 산 루이지데이 프란시스성당(산 마테오예배당) : 성 마태오 3종 시리즈/ 산타고스티노성당: 로레토의 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