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리코더의 매력에 빠져든지 어언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공군 군악대 영상을 보고 리코더 소리에 반해 멜론에 '리코더' 이름 석자를 검색해보았어요. 수 많은 곡들이 나오더라구요. 그 중 제 눈을 사로잡은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송기영'이라고 하는 한국 작곡가였습니다.
오호, 이 마이너한 시장에 어떤 위대한 작곡가님이 리코더를 위한 곡을 써 주셨담 싶어 노래를 들어보니 우와, 진짜 좋더라구요. 그래서 또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이 분이 만든 리코더 연주곡집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샀죠!
제목이 '내가 그린 기린 그림' 입니다. 너무 귀엽죠? 이 책 진짜 소장가치 천프로입니다. 소프라노 리코더로 연주 할 수 있는 예쁜 곡이 스무 곡이나 있어요. 음악들도 무척 사랑스러운데 간간히 작곡가의 작곡 노트도 들어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코더의 기원, 역사,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큐앤에이가 가득합니다. 이거 쓴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내용이 이렇게 자세하지 싶어 검색을 해보았는데요.
어머나. 송기영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시고 텍사스 주립대에서 작곡 석사를 받으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이였습니다. 이 분 원래 전공이 '역사교육과'이셨네요!
아, 역사를 전공하신 선생님이라 이렇게 악기의 근원, 발전과정, 리코더의 부흥과 흥망성쇠에 대해 자상히 설명하신 것이로군요.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던 박물관 속 악기가 다시 부활한 이유를 송기영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하시는군요.
아, 평화로운 자연이라는 말이 너무 좋군요. 고음악은 옛 악기로, 이 캐치 프레이즈도 감동입니다. 뭐든지 더 크고 빠르고 센 것만 찾다가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른 후 사람들은 리코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작지만 소박하고 여리지만 순수하고 정직한 그 음색을 듣기 좋다고 재발견하게 된 것이죠. 리코더의 부흥!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악보집의 서문을 보니 이 분 역시 지난 번에 제가 쓴 글 일본의 작곡가가 쓴 '비행선의 여행'을 듣고 이런 곡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으셨다는 글이 나오더라구요.
어쩐지 평행이론처럼 느껴지긴 했는데 진짜였어요!바로크시대의 리코더를 주인공으로 많은 소나타를 작곡했던 바흐, 헨델, 비발디, 심지어 텔레만의 이름을 리코더 악보집에서 발견했을때의 기쁨이란! 와우!
리코더를 사랑하셔서 연주곡집까지 지으신 그 사랑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은 모든 걸 가능하게 하잖아요.
익숙하지만 그래서 장난감과 비슷한 취급을 당하는 비운의 악기 리코더를 위해 이런 멋진 곡들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요, 송기영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의 유튜브 음원을 첨부해드려요. 저는 개인적으로 미술시간에 아이들 그림 그리라고 하고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유튜브에서 이 분 곡 메들리로 틀어 준 적이 많아요. 꼭 한 번 같이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행복해지실꺼에요. 제가 강력히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