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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Dec 15. 2024

리코더가 역사 깊은 악기였다구요?

잔뼈 굵은 리코더의 역사

좋은 글을 보면 필사를 하고 싶듯 좋은 음악을 들으면 내가 꼭 이걸 재현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럴 때 제일 먼저 손에 잡는 악기가 리코더다. 리코더의 영어 이름이 재생, 기록이란 뜻의 레코드인게 다 이런 뜻 같다. 오늘은 리코더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무에 구멍만 뚫으면 되는 단순한 구조, 인류 최초의 악기는 다름 아닌 피리다. 따라서 리코더는 사실 굉장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전에 동네마다 떠돌아다니던 음유시인이 구전 음악을 연주하던 악기가 리코더라고 한다. 왜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리코더는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독일에로는 블록 플로테, 이탈리아어로는 플라우토 돌체, 프랑스어로는 플루트 아 베크라는 이름이 있다. 위의 이름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가? 모두 플루트란 이름이 있다. 그렇다. 바흐와 헨델, 비발디의 시기 리코더는 플루트라고 불리었다. 세로 피리는 리코더 가로 피리는 트라베리소라고 하는데 그 후 관악기의 개량으로 트라베리소는 지금 우리가 아는 그 플루트로 바뀌게 된다.


리코더의 모양도 시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렇게 일자형 모양이었던 리코더! 지금 우리가 아는 모양은 바로크 시대에 쓰이던 리코더 모양이라 아래 사진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출처: 네이버 악기백과

위의 모양은 바로크시대에 오면서 지금처럼 3단분리가 가능한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음정도 더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어졌다. 이 때가 리코더의 황금기다. 아직 피아노가 발명되기 전, 이 시기는 소규모 살롱과 체임버 규모의 음악이 유행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는 리코더 솔로가 등장한다. 헨델과 비발디도 리코더 소나타를 다수 작곡했다. 햄릿의 대사에도 리코더가 나온다. 하지만 뭐든지 좋은 시절이 있으면 그늘이 지는 시기가 있는 법! 고전주의 시대가 되면서 리코더의 입지가 달라진다. 리코더는 음계도 딱 두 옥타브 밖에 되지 않고 음량도 작기에 더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을 원하는 대중의 기호에 맞지 않게 된다.

출처: 네이버 악기백과

비발디와 바흐 시절에는 주인공이었던 이 악기는 1750년 이후는 더 큰 음량, 더 화려한 기교, 웅장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유행에 뒤따라가지 못해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 하이든 이후부터는 플룻에게 자리를 빼앗겨서 오케스트라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류트, 하프시코더 등의 악기들도 똑같이 역사속으로 자리를 감추었다. 기타도 오케스트라 악기는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멋진 음색을 갖고 있어서 살아남은 것처럼 리코더 역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음량, 적은 음계의 옥타브 또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는 일이 생긴다. 1910년 영국의 아놀드 돌메치라는 음악학자에 의해서다. 그는 잊혀진 악기 리코더를 세상에 다시 컴백시킨 위인이다.악기제조자 가문의 아들이었던 그는 박물관 문헌 속 그림을 바탕으로 옛 악기를 복원했다. 리코더 뿐 아니라 비올라 다 감바, 하프시코더 등을 모조리 다 복원한다. 그랬더니 그 악기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바흐 시대의 곡들을 원전 악기로 연주하자는 고음악 부흥운동이 생겨났고 리코더도 교육용 악기로 초등교육 필수품이 되었다. 익숙해서 좋지만 또 너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리코더가 아이들 동요나 부르고 마는 악기처럼 취급당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들에게 리코더의 역사를 알려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리코더로 칼싸움을 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뭐든지 족보를 알고 역사를 알면 그 의미가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이건 반전 매력이 아닌가!


프란스 브뤼헨이라는 네덜란드의 명연주자, 덴마크의 미칼라 페트리 등 걸출한 연주자들의 앨범을 통해 듣는 리코더 소리는 감미롭고도 달콤하다. 옛 악기로 듣는 그 시절의 음악은 현대 악기의 해석과는 또 다른 깊은 맛이 있다. 마치 레츠비를 먹다 처음 맛 본 드립커피 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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