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5분 전이었다. 3학년 담임 선생님 중 한 분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교과실로 뛰어들어왔다.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볼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쌤! 울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저희 반 여자아이 누구누구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대요. 오늘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도 이 친구 얼굴 보실 것이니 알려드리려고 찾아왔어요."
선생님은 날 보자 아이들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아, 미처 몰랐다. 그동안 결석하던 아이는 오늘 학교에 왔다고 한다. 아버님께 전화가 왔는데 아이들 앞에서 어머님 일을 공식적으로 오픈해 주십사 부탁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학교에 못 온건데 친구들은 그런 사정을 알 수 없으니 혹시라도 놀러 갔다 온 거냐고 묻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그런 것 같다.
"그 아이는 예전에 담임 맡았던 아이에요. 어머님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발병하셔서 항암도 여러 번 했는데 또 재발하셨더라고요. "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겪어야 할 삶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울까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왔다. 오늘 난 과학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했다. 원래는 개별 활동으로 스피커 조립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짝끼리 그룹끼리 할 수 있는 모둠 게임으로 활동을 바꿨다.
다만 오늘 이 시간만이라도 우리 어린이가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재미있는 일상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수업을 하면서도 온 신경은 그 아이를 향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겉으론 아무 티가 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담임 선생님께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잠시 잊었던슬픔이 밀려오겠지 생각하니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그 반에 들어가는 마지막 수업이다. 그걸 핑계로 아이들과 악수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여학생들은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그 아이는 더 세게, 더 오래 안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사랑과 위로가 전해지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