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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Feb 27. 2023

사람 모습이 이상하게 그려졌어요

고대 이집트 미술의 특징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얼굴은 옆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가슴은 우리를 향하고 있는데 다리와 발은 옆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아니, 저게 가능한가?  고대 이집트 미술 속 사람들을 보면서 내 몸을 직접 움직여 그들을 따라 해 보았다. 안되는데?  어차피 얼굴에서부터 불가능하다. 얼굴을 옆으로 돌렸는데 눈이 어찌 정면을 바라보고 있겠는가.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사람을 저렇게 그렸을까. 사실 고대 이집트 미술에는 거의 3천여 년 간 변하지 않은 규칙이 있었다. 매우 엄격하게 지켜진 규칙들이었기에 몇 천년 동안의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는 거의 한결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미술의 목적은 장식과 치장에 있지 않았고, 죽은 사람들과 왕의 업적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에 있었다. 또한, 고대 이집트 미술은 산 자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예술이었다. 그들의 미술은 매우 설명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와 내용 전달이 그림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원근법을 정확히 지키거나 단일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려는 따위의 노력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는 대상이 그려진 크기가 그 대상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졌다. 그림 속에서 왕(파라오)은 거인처럼 그려진 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하나 시종의 경우는 어린아이 크기로 그려져있다.  결국 높은 지위에 있는 중요한 사람일 수록 더 크게 그려진 셈이다. 또한 남자의 피부색은 항상 여자보다 더 어둡게 표현되었고, 여자보다 남자가 크게 묘사되었다. 모든 여자의 피부색이 남자보다 더 밝은 색이라고 말할 수 없음에도 고대 이집트 미술의 정형화된 규칙으로 인해 이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의 처음에 의문을 제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이상한 신체 묘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 자연, 주변 환경, 그 어떤 것을 묘사하던 간에 똑같은 규칙으로 그려냈다. 모든 이미지들은 고대 이집트 인들의 미의 규칙에 의해 그려졌지, 실제와는 상관없이 그려졌다. 고대 이집트 미술의 중요한 원리로 꼽는 '정면성의 법칙'이 인체 묘사에 적용되었을 때, 우리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을 고대 이집트 미술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된다.



     1820년 이집트 테베에서 발견된 네바문의 무덤 벽화<수풀 속의 새사냥> 에서 네바문(Nebamun)의 모습을 살펴보자. 그림 속 주인공인 새사냥을 하고 있는 네바문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에 가장 크게 그려져있다.  얼굴과 다리는 측면을 향하고 있고, 어깨, 가슴과 팔,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것이 '정면성의 법칙' 인데, 이 원리에 의해서 인물의 가슴은 전부 감상자를 향하도록 묘사되었다. 옆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 눈을 그리면 우리는 눈의 정확한 모습을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처럼 옆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 위에 정면의 눈을 그린다면, 그 인물의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 결국 각각의 대상들은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각도에서 묘사되었다. 또한, 그림 속 인물의 가슴이 항상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감상자와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관이 심장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그림 속에 정면에서 바라 본 시점과 측면에서 바라본 시점이 동시에 그려졌다는 점은 머나 먼 후대의 화가 피카소의 입체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고대 이집트 미술은 시각적 현실과는 다른, 내재된 지식과 진실에 근거한 완전함을 추구한 미술이 아니었을까. 많은 경우, 현대화가들이 외부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림의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고대 이집트 미술은 3천년 전에 이미 현대미술의 특성을 그 바탕에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닐지 조금은 엉뚱해보이는 생각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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