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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May 12. 2024

결국은 '사람'이다

미국도 한국도 인간관계에 답이 있다

    지난 4월 25일, 친하게 지내던 일러스트레이터 이파람님이 나에게 카톡을 보내셨다. 친하긴 친한데 아직 얼굴은 직접 뵌 적이 없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물으실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우린 만난 적이 아직 없다. 우리는 온라인 음성 플랫폼 카카오 음이라는 공간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카카오 음은 지금은 사라져 우리들 추억의 한편에 존재하는 첫사랑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카카오 음에서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였는데 내가 여는 방의 제목은 '미술사가 나리의 그림 읽기'였다. 나 혼자 작품 사진 올리고, 진행하기엔 역부족이어서 방 진행을 도와줄 네 분의 모더를 모셨다. 그분들 중의 한 분이 바로 이파람 작가님이다.

    

    "나리쌤~ 요즘 바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이렇게 시작된 질문이 그냥 통상적인 안부 인사라고 생각했다. 분기별로 근황 토크 방을 다른 음성 플랫폼에서 열고 있었기에, '왜 요즘은 안 열어주세요?'라고 하는 의미의 문자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과는 둘 다 아니었다.

    

    파람 작가님은 웹툰 작가가 꿈인 분이다. 작가님이 웹툰으로 쓰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책의 내용이 그림동화책에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동화책을 내기로 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수출콘텐츠로 지원을 받는데 뽑혀서, 영어로 번역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침 내 생각이 나서 연락을 주셨다고.


    재작년 여름에는 한국 방문을 했었다. 그때도 카카오 음에서 만난 '그림이 좋아' 작가님의 부탁(?)으로 소규모 오프라인 강의를 하기도 했다.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었다. 원래 알던 친구들, 또 오랜만에 소식을 듣고 오신 지인들, 카카오 음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모여 강의를 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파람 작가님의 고마운 부탁이 들어온 것이다. 잘할 수 있을까 살짝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부탁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림이 좋아 작가님의 작품도, 또 이번 이파람 작가님의 작품도 모두 내가 무척 좋아하는 그림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멋진 작가님들과 친해지고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해 준 카카오 음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미술사 강의를 하고, 갤러리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지만, 막상 미국에 오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차츰 다시 내 전공과 연결된 일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미술관 도슨트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다.

    처음 미국에 와서는 전공인 불문학, 미술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오랜 시간 했던 나지만, 이제는 내 주위 사람들의 힘과 영향력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배워가며, 더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나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그들 중 1번과 2번 자녀들이 처음 사회에 발을 딛게 되었을 때, 둘 다 지인의 소개를 통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1번은 한국에서, 2번은 미국에서.   

    어디인 것은 상관없이 둘 다 사람이 연결해 주는 다리를 통해.


    한국도, 미국도, 전 세계 어디나, 아니 온 우주 공간에서까지

    결국 답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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