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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07.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12)

자연사 박물관에서

  북파 천지를 못 가게 됐으니,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가이드의 안내로 자연사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 아니, 스쳤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다. 입구에서 매머드 캐릭터가 우리를 반겼다.

  "내 별명이 매머드야."

귀남 오빠가 말했다. 맘모스 빵이 떠올랐다. 매머드도, 맘모스 빵도 모두 거대하다.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대강 짐작이 갔기 때문에, 그저 침묵을 지켰다. 질문하면, 몰라도 될 것을 굳이 알게 될 것 같아서였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관람하고 싶었으나, 가이드가 너무 빨리 지나쳤다. 거대한 매머드 조형물을 보고 감탄했고, 이윽고 매대에 진열된 매머드 인형을 발견했다.

  "오, 귀여워!"

사봤자 불필요한 짐이 될 것을 알기에, 구매하진 않고 그저 사진만 찍었다. 매머드 인형 옆에 서서, 두 검지손가락을 뻗어 매머드의 뿔을 흉내냈다. 잠시, 한 마리의 암컷 매머드가 됐다.

  탐이 났던 상품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매머드가 그려진 반소매 티셔츠였다. 다른 관광지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이곳 자연사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었다. 다랑과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입으면 커플옷이 될 터였다. 매우 탐났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욕을 꿀꺽 삼켰다.

  '휴, 다음엔 꼭 쌈짓돈 좀 챙겨 와야겠어!'

  박물관을 나와 환승 버스에 올랐다. 국립공원이 어찌나 넓은지, 계속 버스를 타는 게 지겨울 정도였다. 하차한 후, 입구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푸른 잔디밭 옆을 걸었는데, 맑은 하늘 아래 근거리에서 낮은 건물 한 채가 보였다. 그리고, 잔디 위에 덩그러니 놓은 다람쥐 동상 하나가 보였다.

  '앗, 저건 반드시 찍어야 해!'

잽싸게 옆으로 다가가 다람쥐에게 말을 건넸다.

  "도토리 좀 나눠 줄래?"

그렇게,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를 건졌다. 

  유네스코 장백산 세계 지질 공원 비석이 보였다. 

  "저기서 사진 찍을까?"

다랑이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 네 명이 너무 오래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전세라도 냈어? 대충 찍고, 빨리 비키지!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거람?'

결국, 기다리다 지쳐 사진 찍는 걸 포기했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고, 일행을 놓칠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속상했다.

  가이드는 백두산 4D 영상 관람을 추천했지만, 15명의 우리 일행들은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천지의 실물을 보러 왔는데, 영상 따위를 봐서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하니, 아니나 다를까 감상평이 별로였다.   

  전세 버스를 타고 이도백하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채소가 듬뿍 든 영양 만점 돌솥밥이었다. 두부와 생선, 도라지 무침 등이 나왔다. 건강식이어서, 흡족했다.

  이제, 일정은 양꼬치 저녁 식사와 전신 마사지가 남았다. 그런데, 가이드가 공원을 추천했다.

  "우리가 이틀간 묵었던 금수학 국제 호텔 맞은편엔 공원이 하나 있어요. 잘 꾸며진 곳이에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거길 가시죠."

하지만, 거긴 이미 다랑과 다녀온 곳이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 잠자코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어르신이 제안했다.

  "그냥, 남은 일정들을 진행하고 빨리 마무리하죠. 공원은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오늘은 다른 호텔에서 묵을 텐데요."

다들 이견은 없었고, 쇼핑센터를 방문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라텍스 침구 매장이었다.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지출을 하게 될지, 우리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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