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시국을 관광했다. 이탈리아는 통일된 지 160년밖에 되지 않아 시대별, 지역별로 격동을 거듭했는데, 그중 로마시대 때부터 변치 않고 내려온 지역이 바로 '바티칸'이라고 한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의 모습만 보더라도 바티칸의 역할과 권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에서는 관람시간 전(07:30)에 영어 가이드와 함께 교황 집무실에 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시스티나 채플에 있는 미켈란제로의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등 유명한 작품들 위주로 감상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박물관에서 아침식사도 했다. 관람시간이 되자 박물관과 광장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왔는데, 지금까지 가본 관광지 중에서 가장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오후에는 피렌체로 이동할 예정이라, 테르미니역 근처에 있는 'Cecio'라는 파스타 가게에서 트러플 크림파스타를 맛보았다. 피렌체로 이동하기 위해 이탈로 고속열차를 탔는데, 나폴리행과는 달리 피렌체행은 평일에도 만석이었다. 개인적으로 페라리 회사가 디자인했다는 이탈로 고속열차가 너무 예뻤는데, 그래서인지 열차가 더 쾌적하고 빠르게 느껴졌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Santa Maria Novella)'에 도착했다. 근처 호텔(c-hotels Diplomat)에 짐을 풀고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로 향했다. 두오모가 뿜어내는 독보적인 아우라와 주변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들이 10년 만에 다시 만난 장소인 '쿠폴라(돔)'에 올랐다. 463개의 끝없는 계단을 올라 피렌체의 아름다운 지붕을 내려다보았다.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 생각되어 '트라토리아 자자(Trattoria ZaZa)'에 가서 팬네 파스타와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다음 날 피렌체 명품거리를 지나 아르노강을 따라 걸으며 1345년에 지어진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를 구경했다.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천사의 날개를 표현할 때도 새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토대로 그렸다는 디테일이 새삼 놀라웠다.
우피치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으로 나왔다. 다리가 아프고 배도 고파서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과 시뇨리아 광장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 마시고, 이탈리아산 캐비어도 맛보았다. 매니저가 30유로짜리 특정 메뉴를 강력 추천하길래 주문했는데, 캐비어가 나올 줄은 몰랐다. 유서 깊은 장소에서 다비드상을 바라보며 귀한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캐비어 브런치를 먹고 나서 '미켈란제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까지 걸어가 피렌체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피렌체를 대표하는 '카페 질리(Caffe Gilli)'에 들렀다. 메디치가의 후손인 질리 가족이 1733년에 문을 연 290년 전통의 카페라고 한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질리 커피와 칵테일(Italian Margarita)을 마셨다. 화창한 날씨에 광장에서 컨트리 노래가 울려 퍼져 유럽 감성이 가득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 Accademia)'에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다비드상을 실제로 보았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 Opera di Santa Maria del Fiore)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도 보고,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 내부에도 들어가 보았다.
조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에도 올라갈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끝없는 계단을 올라 두오모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피렌체 여행을 마무리했다. 곧바로 피렌체역에서 베네치아 메스트레역(Venezia Mestre)으로 이동하여 근처 호텔(Leonardo Royal Hotel Venice Mestre)에서 짐을 풀고 다음날 여행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