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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May 23. 2024

사업장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망 사고

중대재해 및 산업재해를 중심으로

1.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확대적용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 1. 27.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 1. 27. 50인(억)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었고, 부칙 규정을 통해 50인(억)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었다. 지난해 50인(억) 미만 기업에 대한 2년 추가 적용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논의되었으나,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당초 법의 내용대로 2024. 1. 27.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음식점·카페·미용실·숙박업 등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상시 근로자 수가 5명이 넘는 사업장에서는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다. 즉, 개별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이때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재해 중에서 ① 사망자 1명 이상, ② 동일한 사고로 부상자 2명 이상(6개월 이상 치료), ③ 동일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인 경우를 가리킨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


2.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자문사건 - 사업장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망 사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법률 자문을 구하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 필자가 자문하는 고객사의 경우에도 산하 물류센터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상품검수 및 포장 업무를 하는 7년 차 직원이 고충해결을 위한 면담과정에서 갑작스럽게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해당 직원은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심정지로 사망판정을 받았다. 고객사로서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망사고에 깊은 애도를 표하였고, 망인의 장례절차적극 지원하며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였다.      


  다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 또한 회사의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문제 되었다. 사람이 갑작스럽게 호흡곤란호소하다 사망한다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장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면담절차 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토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와 고용노동청에서도 중대재해 관련조사를 마쳤고, 원청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필자는 자문사건을 담당하여, 유사 사건에서의 판례들을 토대로 본 건의 경우 산업재해나 중대산업재해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망인의 업무는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육체노동에 해당하당시 망인에게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도 없었다. 또한 망인의 근무시간 및 근무내역인에게 돌연사를 초래할 정도로 과중한 수준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망인은 사고 전날에도 연차휴가로 출근하지 않고 사고 당일에도 고충처리 면담을 위해 출근하였던 상황이었다. 여러모로 보더라도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이나 환경에 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었다.


  필자는 망인의 사망이 기왕증이나 기존질환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이나, 업무 이외의 다른 정신적 요인이 있었다거나, 그 외에 복합적 요인에 의하여 망인이 돌연사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사 및 업무담당자(현장사원 관리자)로서도 망인의 고충해결을 위한 조치의무를 다하고 있었고, 모든 종류의 돌발 사고를 미연에 방지·회피할 것까지 요구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 이처럼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함을 구체적인 법리를 토대로 뒷받침하고, 그와 동시에 고객사가 유족 측과 충분히 소통하여 원만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조력하였다.

 


3. 결어


  최근에도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여 종사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중대재해 및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노력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제정 당시부터 ①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 ② 경영책임자의 면책 범위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 ③ 타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등 여러 영역에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에 있어서는 자영업자나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영업과 생산, 안전관리까지 도맡을 대응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형사처벌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함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그 적용대상을 분명히 하고, 다른 제도와의 형평성도 고려하는 등 법제 전반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앞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누구든지 납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처벌규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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