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와 강진우는 며칠간의 준비를 거쳐 기술협상에서 최상의 시연을 보였다. 평가위원들 또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김현우는 성공을 확신했다.
마침내 업체 선정 발표 당일
발표장은 침묵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김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강진우는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위원장이 마이크를 켰다.
"금번 공공사업 입찰의 선정된 업체를 발표하겠습니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넥스테크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뭐?
순간, 김현우와 강진우는 서로의 얼굴을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넥스테크는 경쟁사였다. 게다가 예상보다 훨씬 큰 점수 차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가 그렇게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
강진우는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김현우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강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직 자세한 점수 내역과 평가 의견서를 받아봐야겠지만, 좀 이상한 느낌이야."
그때 마침, 영업대표 이루리가 급히 김현우 쪽으로 다가왔다.
"김 대리님, 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돌아요."
김현우는 즉시 이루리를 주시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쪽에는 부정행위는 없었겠지요? 우리 솔루션이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고 확신했는데요."
이루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쪽은 깨끗합니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 특정 평가위원이 이상하리만큼 넥스테크에 유리한 점수를 준거같아요."
김현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때 창문밖에서 번쩍하며 번개가 쳤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깜짝 놀라 멈칫했다.
창밖 하늘 위에서 어둡고 거대한 형상의 사신과 밝고 찬란한 천사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빛의 날개가, 다른 한쪽에서는 어둠의 낫이 서로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뭐....뭐?
김현우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봤지만, 그 환영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명한 메시지가 남았다.
"대리님, 괜찮으세요?"
강진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김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진우야. 지금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 같아."
돌아선 김현우의 뒤편 창문밖에는 여전이 사신과 천사가 있었고, 이들은 우리를 바라보는듯 했다. 아니, 나를 바라보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