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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Mar 26. 2024

구루와 제자의 사이

* 표지사진: 끊어버린 손목띠


어제 요가 지도자 수련과정을 마치고 졸업기념식에서 선생 캐롤앤이 졸업생들에게 표지사진에서 보이는 손목띠를 묶어주었었다.


오늘 새벽 별 생각없이 그 손목띠를 두르고 요가실에 갔다. 버지니아대학 요가모임 말이다. 요가를 하고 있는데, 나의 구루 존이 오고, 나의 손목띠를 보더니, 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어제 지도자 수련이 끝난 기념으로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요가를 좀 봐 주더니, 다시 나에게로 와서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왜, 사라스와티 (Saraswathi)가 아쉬탕가 요가 연구소의 소장이 되지 못했는지 아느냐고 다그치듯이 물어왔다. 난 무슨 질문이지? 왜, 존이 흥분하지?했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존이 다시 물었다. 화난 목소리로. 왜, 사라스와티 (Saraswathi)가 아쉬탕가 요가 연구소의 소장이 되지 못했는지, '너의 구루에게 물어봐!'. 잉? 그래서 내가 답했다. '나의 구루는 너야.' 그러자 존이 나의 손목띠를 가리키며, '그 손목띠를 묶어준 너의 구루말이야!'라고 말했다. ㅋㅋ 그제서야 난, 존이 왜 화가 나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이런 손목띠를 묶어주는 행위는 스승이 제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하나라는 것. 존이 내가 그동안 Ashtanga Yoga of Charlottesville에서 캐롤앤으로부터 지도자수업을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의 손목띠를 캐롤앤이 해주었음을 알아채고는, 화가 난 게다. 질투하나? ㅋ


캐롤앤과 존 둘다 아쉬탕가요가를 수행한다. 그러나, 캐롤앤은 사라스와티의 제자이고, 존은 사라스의 제자다. 아쉬탕가요가의 창시자는 파타비 조이스인데, 사라스와티는 파타비의 딸이고, 사라스는 파타비의 손자다. 파타비는 아쉬탕가요가의 법통을 사라스에게 물려주었다. 사라스와티가 아니고. 왜 그랬을까? 사리스와티가 여성이어서?


존이 말했다. 사라스와티가 소장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고. 사라스와티는 2012년 부터 자신의 요가수련을 멈추었다고.


그래서 존이 화가 나 있었던 게다. 자신의 요가수업에 파타비-사라스-자신 존이라는 스승-제자 계승이 아닌 다른 사람 (이 경우에는 캐롤앤)이 끼어들었다고 오해를 한게다. 그래서 내가 반복해주었다. '나의 구루는 너야, 존.' 그래도 화가 안풀렸는지, 약간 투덜거리며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난, 바로 옆에 있던 클레이를 바라보고, 둘이서 키틀거렸다. 클레이도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한 듯하고, 우리 둘이는 왜 이런 일로 존이 화를 내지?하는 의미로 서로 웃음을 주고받았다.


계속 다른 아사나들을 하는데, 자꾸 손목띠가 눈에 들어와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손목띠를 끊어, 매트 밑에 숨겼다. 존이 왔다갔다하다가 손목띠 없는 내 손목을 보았는지, 씩 웃으며 와서 아사나를 도와 주었다. ㅋㅋ


손목띠의 의미가 그리 중한지.. 난 그저 예쁘네 했는데..


아뭏든, 존이 날 자신의 제자로 아끼기는 하나보다 했다. 내가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5년이 넘게 나의 요가여정을 줄곧 이끌어왔으니까. 그리고 나의 요가수준도 제법 올라왔으니까. 존이 자신의 요가를 어떻게 엄숙하게 여기고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는 이곳 샬롯스빌의 요가사회에서 좀 유명하다. ㅋㅋ


사실, 캐롤앤이 지도하는 Ashtanga Yoga of Charlottesville (AYC)에서는 존의 버지니아대학 아쉬탕가요가그룹에 대한 평이 좋다. 코로나 이후에, 존이 일요일에 수업을 하지 않아서, 존의 그룹 중에서 나와 클레이 그리고 K는 일요일에는 AYC에 가서 구령수업에 참여를 한다. 그때 AYC의 멤버들은 우리의 요가를 힐끗 힐끗보며, 버지니아대학 요가그룹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생각들을 하는 듯하다. 지도자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온 고수 발레리도 그런 평을 했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AYC에서 가끔 수련하는 것은 우리의 구루 존을 AYC에서 선전해주는 건데.. ㅎㅎ


요가를 마치고 나오려고 주섬주섬하는데, 존이 다가왔다. 미안했었나보다. ㅋㅋ 그래서 내가 다시 말해주었다. 나의 구루는 너라고. 그러자 존이 자신은 나의 구루가 아니고 '영적인 친구 (spritual friend)'란다. ㅋㅋ 화가 풀렸나보다.


요가사회에서만 그러나.. 아님, 다른 사회에서도 이런 엄격한 스승-제자 관계가 존재하나?? 이런 관계가 지나치게 심해져 배타적이 되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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